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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수업에서 지난 시간에 만든 펜던트는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언젠가는 배우는 것들로 사업을 해 볼 생각을 다시 떠올렸다. 나 자신을 되돌아볼 때, 잘할 수 있는 것은 여성들이 주로 소비하는 순수한 장신구는 아니었다. 내가 실제로 돈을 써서 구매하고, 관리하고, 몸에 오래 두는 것들이 무엇인지 떠올렸다. 남성들이 주얼리 말고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물건은 무엇인지 화면 앞에서 물었다. 대화 속에서 시계가 나왔다.
요즘 유행하는 시계 브랜드를 보기 시작했다. 사용자 커뮤니티를 찾아봤고, 매장도 몇 군데 들렀다. 그 과정 중에 시계 본체보다 눈에 들어온 건 스트랩이었다. 재질에 따라 손목에 닿는 느낌이 달랐다. 스트랩은 교체 가능한 구조라는 점도 눈에 띄었다.
화면 앞에 앉았다. 스트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물었다. 이런 형태는 어떤 공정으로 만드는지, 소량으로 만들 경우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 물었다. 답변에는 프레스와 금형, 커터 같은 공정이 나왔다. 가죽과 같은 소재가 아니라면, 수공예로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점이 분명했다.
대화가 이어지던 중, 나와 AI의 의견이 일치한 부분이 있었다. TPU 같은 고무 소재의 스트랩을 프레스 없이 만들려면 선택지가 거의 없다는 말이었다.
“3D 프린터가 필요해 보인다.”
잘 아는 분야였다면 여러 질문을 이어갔을 것이다. 의자를 뒤로 기울여서 잠시 발장난을 했다. 겨우 생각을 짜내 말해 봤고, AI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충실하게 해 줬다.
주얼리 공방에 갔다. 작업대에 초록색 왁스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손가락 한 마디 두 개 크기의 직육면체였다. 이 덩어리 하나로 이어 커프의 형태를 만들 계획이었다.
주얼리 공예를 시작했으니 내 몸에 걸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귀를 뚫지 않고도 걸칠 수 있는 이어 커프가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조각용 펜으로 왁스 표면에 선을 그었다. C자의 외형을 가진 부드러운 곡선이어야 했다. 끊긴 부분의 폭을 조금 넓게 잡았다. 주물이 제작된 후에도 공구로 폭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나중에 착용할 때 귀에 걸리는 쪽이 될 것이었다.
먼저 왁스 조각의 바깥쪽을 보기 시작했다. 실톱으로 실제 크기보다 조금 크게 잘랐다. 납작한 원통형의 외형이 만들어졌다. 톱으로 자른 거친 면을 줄로 다듬었다.
이후 안쪽을 팠다. 핸드피스에 동그란 공구를 꽂은 뒤 정가운데를 뚫었다. 그리고 만들어진 작은 구멍의 안쪽 면에 줄을 대고 갈아냈다. 귀 연골을 감싸는 면이기 때문에 안쪽은 특히 매끈한 곡면이어야 했다. 안팎이 정리되니 덩어리는 C자형 고리가 되었다.
조각을 돌려가며 바깥쪽과 안쪽을 계속 다듬었다. 안정적인 착용감을 고려해서 귀에 끼워 아래로 늘어지는 쪽이 더 넓은, 위아래로 납작한 C자 형태를 의도했다. 몸에 직접 닿는 물건이 처음이니, 매끈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집중했다. 고리는 단면이 사각이지만 네 모서리가 부드럽게 다듬어진 형상이 되고 있었다.
표면의 문양을 만들 차례가 되었다. 펜으로 고리 바깥쪽 세 면에 선들을 그었다. 선생님의 주요 작품들은 선이 그어진 것들이 많았다. 나 또한 이에 동참할 생각이었으나, 어디엔가 창의력을 발휘하고 싶었다. 그 결론은 선의 간격을 한쪽에서부터 좁게 시작하여 반복될수록 넓히는 것이었다.
펜을 잡은 손을 고정하고 고리를 손에서 돌렸다. 펜을 짧게 잡고 왁스를 눈에 가까이 가져와서 홈이 직선이 되고 있는지 지켜봤다. 같은 힘으로 눌러도 결과는 달랐다. 어떤 홈은 깊었고, 어떤 홈은 선에 가까웠다. 가장 깊게 파인 것을 기준으로 나머지를 조금씩 더 파냈다. 고리 전체를 한 바퀴 돌며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목욕탕에서 주로 쓰는 때타월로 왁스의 겉면을 문질렀다. 선생님이 개발한, 왁스의 부드러운 표면 마감을 위한 도구였다.
조각을 눈 가까이 가져와서 다시 봤다. 안팎이 모두 부드러운 곡면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고리 바깥쪽의 세 면은 그 둘레를 따라 선처럼 그어진 홈이 반복돼 있었다.
작업대 위에 내려놓았다. 사각형 단면의 두툼한 고리가 C자를 그리고 있었다. 굵기는 일정하였으나, 귀에 끼울 때 마찰되는 양 끝은 부드러운 곡면이 되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화면을 켰다. 내가 작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을 묻는 얘기를 다시 꺼냈다. 비슷한 질문이 다시 나왔다.
“프레스 없이, 이런 형태를 만들어보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거야?”
답은 같았다. 고무 재질을 쓰려면 프레스를 쓰거나, 3D 프린터가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설명이었다.
며칠을 더 살폈다. 장비를 들인다고 한들 문제가 바로 풀릴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다만 지금까지 한 질문 중, 이 질문만은 장비가 있으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3D 프린터를 주문했다.
3D 프린터로 출력하기 위해서는 필라멘트라는 재료가 필요했다. 재료의 종류와 특성에 대해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고, 상담원은 질문에 대해 쉬지 않고 충실하게 답변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