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예술이라면 예술인 거야

이게 쓰레기인지 작품인지

by stilllife


아트갤러리에서 청소부가 예술작품을 쓰레기인 줄 알고 버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는 별로 새롭지 않다. 똑같은 사물을 놓고 그것이 쓰레기인지, 나름의 내면적 고찰을 거친 예술품인지 구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반인들은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이름 붙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이런 혼란을 야기시킨 장본인이 프랑스 예술가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이다.


당시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남성용 변기를 거꾸로 진열해 ‘샘’(fountain)이라는 작품명을 붙여 미술에서의 ‘재현’ 행위를 전면 부정하고 예술가가 예술이라고 말하는 어떤 것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반전통적인 사상을 주장한 것이 바로 마르셸 뒤샹이다. 예술활동을 통해 예술가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하는 것이 곧 예술활동이라는 다소 뻔뻔하기까지 한 발상. 그 예술가라는 자격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 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만든 것도 아닌, 공장에서 찍어낸 수만 개의 변기들 하나에 사인만 했을 뿐인데? 이런 뒤샹의 ‘레디메이드’ (ready made, 기성품)라는 개념은 현대미술에 가장 많은 혼동과 칭찬과 혹평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 사진의 ‘부삽’ (snowshovel) 역시 처음에 청소부가 작품인지 모르고 창고에 가져다 놓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이다. “그는 단지 변기를 오브제로 선택했을 뿐이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물건을 택하여 새로운 제목을 정하고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음으로써 변기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없애고 새로운 개념을 창안해 낸 것이다”라는 그럴듯한 해설을 붙이지만, 그렇다면 변기의 기존 이미지 대신 창안된 그 새로운 개념은 대체 뭘까?


이런 난해함 때문에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전통적인 의미의 예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 변기가 무엇을 개념화한 것이냐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작품들이 예술 그 자체를 부정하는 다다이즘의 표본이라는 점이다. 무의미함의 의미라는 아이러니한 뜻을 지닌 다다이즘은 당시 유럽에서 자행되던 전쟁의 참혹함에 무력함을 느낀 예술가들이 탈선을 한 것이고, 그것이 현재의 개념미술(Conceptual Art)의 초석이 되었다.


어떤 사물을 얼마나 공을 들여서 똑같이 재현하는가 보다, 어떤 아이디어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는 점에서 본다면 비록 그것이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해도 한 발자국 진보한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예술이라는 것이 정해진 사회적 통념에 도전장을 던지는 정당한 행위라는 점을 미루어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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