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생각하다.

쓸데없는 걱정이나 고민이 글이 되는 마법

by 나리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여름이었다. 취향이라면 확고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좋고 싫음에 기준이 명확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느 순간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리멍덩해져 버린 것 같았다. 나 스스로가 좀 더 ‘나’다워 질 수 있는, 나와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글을 쓰게 됐다.


생각나는 대로 느낌 가는 대로 술술 써질 때도 있었지만, 스스로도 답이 없는 글을 쓸 때에는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민하고 생각이 정리가 된 후에야 완성할 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정답이 아니었다고 깨닫게 된 때도 있었지만, 고민스러웠던 문제를 글로 써낸 순간은 어려운 숙제를 풀어낸 것처럼 내 마음이 한결 가볍게 했다. 이번에 지금까지 써 온 글들을 읽고 다듬으면서 그때 내 생각이 이랬구나, 지금의 나는 어떤가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글은 그때도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줬었는데,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다시 한번 글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사서 걱정한다.”


흔히 쓸데없는 걱정을 할 때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사서’란, ‘사다’라는 동사로 ‘안 해도 좋을 일을 일부러 한다.’는 활용적 표현으로 종종 쓰인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시간을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사서 걱정하며 산다. 그리고 대부분의 걱정은 에너지만 소진시킨 채 어떠한 결과도 가져오지 못하고 휘발되고 만다.


그 걱정을 생각으로 바꾸면 어떨까. 막연하게 ‘어떡하지?’라고 걱정하기보다, ‘이럴 때 이렇게 생각해 보자’하며 떠오른 것들을 글로 적어보면 어떨까. 그 글이 결코 당신에게 정답을 주진 않겠지만 나의 경우처럼 그 과정에서 생각할 시간을 벌고 안정을 찾게 해 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누군가 이 글을 읽고 걱정 대신

글을 쓰길 바라며.


사서 걱정 말고, 사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