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여름에 하는 게 아니야!
마지막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다짐했다. 다시는 여름에 퇴사하지 말자고. 30년 만에 가장 더웠던 2017년 여름이었다. 이직 준비를 하는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한낮의 더위는 정말 죽음이었다. 시원하다 못해 얼어버릴 것 같은 빵빵한 에어컨 바람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그해 7월 새로운 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4년 후 그 회사를 그만두었다. 여름에는 퇴사하는 게 아니라고 회사 밖은 너무나도 위험하다고 그렇게 내 주변의 회사원들에게 전파하고 다녔던 나였는데, 그해 초부터 고민하던 퇴사 고민은 여름이 되어서야 결말이 나버렸다. 다시 여름이었다.
사실 퇴사 고민은 꽤 오래전부터 해왔었다. 언제부턴가 내 삶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나조차 가늠이 안 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과도기라고 했다. 지나고 나면 이러한 순간들이 모여서 무언가가 이루어져 있을 거라고 했다. 이런 안정적인 삶도 괜찮다 생각하다가도 견딜 수 없이 혼란스러운 시간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하던 일을 멈추고 내가 이제까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나 벌이기만 했던 일들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이런 걸 바로 신변 정리라고 하나. 사실 앞으로 기록한 일들을 보면 회사를 다니면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자신이 멀리 태스킹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과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미리 말해주고 싶다.
"용기 있다."
퇴사를 하고 들었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은 말이었다. 이게 그렇게 용기가 있는 일인가 싶지만 1년 가까이 고민해왔던 일을 결정한 것에 대한 의미라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곧 내 나이의 앞 숫자가 바뀐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내가 결정한 이 긴 휴가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기 싫어졌다. 아니, 반대로 더 흥청망청 써버리고 싶어졌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들을 하면서 더 노골적으로 시간을 허비해버리고 싶어졌다. 나의 이 기록들이 긴 휴가를 마치고 나서 '그래도 뭘 하긴 했네.'라고 기록되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나에게 새롭게 시작될 인생 2막을 위해서 이 글을 시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