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사서 한 생각, 달콤 쌉싸름한 연애
“이상형이 뭐예요?”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가 물었다. 처음 만나는 날에도 물었지만, 뭐라 설명하기가 부담스러워 대답을 피했는데, 두 번째 만나는 날 다시 물으니 대답을 안 할 재간이 없어 이렇게 말했다.
“영화 러브픽션에 나오는 구주월 같은 캐릭터요, 자기감정에 솔직하고 약간은 능글맞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했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성격적인 면만 본다면 구주월은 나의 이상형에 상당히 근접했다. 그 성격에 외모가 하정우라면 더는 볼 것도 없지. 만일 하정우 얼굴을 한 구주월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과연 나는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길지도 많지도 않은 나의 연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운 좋게 서로 좋아서 만났을 때도 있었고, 내가 좋다고 먼저 다가간 때도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대에게 고백을 받고 사귀기도 했다. 모두 첫눈에 반한 사랑은 아니었다. 그 사람의 말투와 목소리가, 태도와 생각이 싫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감정이 결국 사랑이 되었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이상형 따위 따지지 않던 시절을 지나 내 연애도 나이를 먹었다. 새로운 연애는 마지막 연애가 내 인생의 모든 연애운을 앗아가 버린 듯 찾아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찾아올 인연을 위해 다시 한번 이상형에 대해 생각해 본다. 먼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책을 좀 읽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을 하면서도 과연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어려운 조건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만나기 어려운 걸까. 나이를 먹어도 연애에 대한 현실감각은 여전히 뒤처진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원래 현실적으로 타협 불가능한 영역이니까’라고 이해하는 수밖에.
첫 연애가 시작되었던 순간이 생각난다. 어두운 밤, 우리는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파란불이 켜지길 기다리며 그가 나에게 물었다.
“내 여자친구가 되어줄래?”
드디어 파란불이 켜지고, 그가 내 손을 잡았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잡은 그의 손이 싫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