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브리저튼> 시즌2 리뷰
세계적으로 대흥행을 거둔 <브리저튼>은 예정되어 있던 대로 시즌2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브리저튼>은 원작과 동일하게 시즌별로 주인공이 바뀐다. 시즌1의 주인공이 브리저튼가의 장녀이자 넷째인 다프네와 사이먼 공작의 러브 스토리였다면, 시즌2는 브리저튼가의 첫째이자 장남인 앤서니와 새로운 인물인 케이트 샤르마, 에드위나 샤르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브리저튼> 시즌1이 시청자들에게 워낙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시즌2가 전 시즌보다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브리저튼> 시즌2는 섬세하고 극적인 감정선과 탄탄한 인물들의 서사와 스토리로 다시 한 번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1. 익숙함과 새로움의 즐거운 조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브리저튼>은 첫 시즌부터 대흥행에 성공했다. 매 시즌마다 주인공이 달라지는 게 특징이지만, 달라지는 주인공 역시 브리저튼가의 일원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인물이다. 익숙한 인물이 새로운 시즌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건 적응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인물의 새로운 서사와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브리저튼> 시즌2의 주인공인 브리저튼가의 장남 앤서니 역시 그렇다. 앤서니는 시즌1에서 책임감이 강하고 가부장적인 면모가 있으며 여성 편력이 있는 인물로 묘사됐다. 책임감 있는 가장인 건 누구나 알 수 있지만 호감형 캐릭터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브리저튼> 시즌2는 앤서니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눈앞에서 떠나보내고 순식간에 귀족가문 가장의 자리에 올라 어머니와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던 앤서니의 이야기는 그와 마찬가지로 무거운 책임감을 진 샤르마 가문의 장녀 케이트의 이야기와 맞물리며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앤서니 뿐만 아니라 <브리저튼> 시즌1의 익숙하고도 반가운 얼굴들이 시즌2에서 우리를 반긴다. 사이먼 역의 레지 장 페이지 배우를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시즌1의 주인공이었던 다프네를 비롯한 브리저튼가의 일원들, 왕비와 댄버리 부인, 패더링턴 일가 등 시즌1에서 우리를 영국 사교계로 이끌었던 인물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존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 뿐만 아니라 새로운 얼굴들도 등장한다. 댄버스 부인의 지원을 받는 샤르마 가문의 장녀 케이트 샤르마와 차녀 에드위나 샤르마가 그렇다. 둘은 서로 다른 아름다움과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즐거운 조화가 드라마를 더욱 다채롭고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2. 서로 닮은 장남장녀의 배틀 로맨스
<브리저튼> 시즌2의 주인공 앤서니와 케이트는 첫 만남부터 명백히 서로에게 끌렸음에도 둘 모두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알아챈 후에도 끝없이 자신의 감정을 부정한다. 그들이 서로에 대한 끌림과 숨겨지지 않는 열망을 계속해서 부정하고 서로를 피하는 데는 케이트의 여동생 에드위나와 앤서니가 약혼 관계로 엮인 것에 대한 책임감도 있지만, 서로에 대한 끌림을 인정하고 들키고 싶지 않은 자존심 때문도 있다.
평생 가문을 책임져야 하는 장남장녀로 살아온 그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과 책임감만큼이나 자존심 역시 하늘같이 높다. 그들의 체면과 자존김이 곧 그들의 가문과 동생들의 자존심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문의 장남장녀라는 것과 어린 나이부터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챙겨야 했다는 것, 그들의 살아온 삶의 궤적만큼이나 그들은 서로 닮아 있다. 앤서니와 케이트 서로를 싫어하고 밀어내며 비난하는 이유 속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결점을 상대에게서 발견했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앤서니와 케이트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이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답답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숨막히는, 동시에 아주 섬세하고 날카로운 감정선 덕에 드라마를 몰입도 있게 볼 수 있었다. 서로를 향한 이끌림과 밀어냄 속에서 드러나는, 서로만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각자의 결핍과 상처들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결국 그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3. 레이디 휘슬다운과 그녀의 추적자 엘로이즈
시즌1의 관전포인트가 레이디 휘슬다운의 정체였다면, 시즌2에서는 자신이 레이디 휘슬다운임을 감추려는 페넬로페와 레이디 휘슬다운이 누구인지 모른 채로 그를 추적하여 정체를 밝히여는 엘로이즈 간의 대립이 관전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시대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기를 원하는 엘로이즈는 시즌2에서 급진주의를 지지하는 서민 테오와 만나며 시야를 한층 더 넓히고 성장한다. 엘로이즈와 테오가 만나게 된 것은, 레이디 휘슬다운이 소식지를 인쇄하는 인쇄소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테오를 엘로이즈가 찾아가면서부터였다.
여전히 서로의 절친한 친구인 페넬로페와 엘로이즈는 함께 보내는 시간 역시 많다. 엘로이즈는 페넬로페가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친구라 생각하며 레이디 휘슬다운에 대한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꺼낸다. 그러나 레이디 휘슬다운의 정체를 필사적으로 숨겨야만 하는 페넬로페는 엘로이즈가 레이디 휘슬다운의 이야기를 꺼낼수록 예민하게 반응한다.
한 명은 필사적으로 숨기고, 다른 한 명은 필사적으로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다소 성급한 선택을 하기도, 이기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결국 페넬로페와 엘로이즈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엘로이즈는 휘슬다운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에 성공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큰 스포일러가 될 듯해 피하겠지만,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안고 시즌2를 시청하는 것도 하나의 흥미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눈과 귀가 즐거운 웰메이드 시대극
<브리저튼>은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들과 미술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시대극은 현재의 우리는 볼 수 없는 시대를 재현하고, 우리를 그 시대의 인물들과 풍경 속으로 데려다 놓는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브리저튼>은 시즌1에서부터 과거 영국 사교계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재현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냈다.
캐릭터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의상을 분석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프네의 보라색, 페넬로페의 노란색처럼 각 인물을 대표하고 드러내는 색감이 있는 경우도 있고, 패더링턴가와 같이 드러내고 사치 부리는 것을 좋아하는 가문의 의상이 밝고 화려하다면, 시즌2에 새롭게 등장한 샤르마 가문의 의상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차분하고 단정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브리저튼>의 음악 역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 사교계의 분위기를 물씬 풍겨내는 브리저튼의 음악들은 시청자들을 훨씬 몰입감 있게 작품 속으로 끌어당겼다. 시즌1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즌2에서도 무도회에서 사용되는 ost들은 클래식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팝송들이다. 고전적인 이야기와 장면들을 그려내면서도 현대사회를 녹여낸 위트는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재미 포인트를 더해주는 연출이었다.
많은 이들이 다음 시즌을 기다렸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은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웰메이드 드라마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흥행에 성공했다. 원작소설과 동일하게 드라마 역시 시즌8까지 제작될 전망이고, 이미 시즌3과 시즌4까지는 제작 확정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런던 사교계와 브리저튼가 자녀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