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에서 산 상품은 실패가 없는 이유
“나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결정하고 싶지 않아. 그냥 누가 골라준 것만 사면 안 될까?”
어느 날 퇴근하고 함께 장을 보러 가던 길에 남편이 던진 말이다.
하루 종일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린 그에게, 수만 가지 선택지가 놓인 마트는 쇼핑이 아닌 ‘피로’ 그 자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코스트코(Costco Wholesale)에서는 이런 고민이 사라진다. 선택지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트코 매대 앞에서 가격을 비교하며 망설이는 고객은 드물다.
코스트코에서는 더 고민할 것도 없다는 그들의 쇼핑은 빠르고 거침없다.
이 무모해 보이는 '신뢰' 뒤에는 MD의 치밀하고도 지독한 전략이 숨어 있다.
한국에서 대형 마트 MD로 일할 때 나는 항상 다양한 상품과 브랜드를 갖추었다.
이유는 고객의 세분화된 취향을 맞추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김' 하나를 팔아도 들기름 김, 참기름 김, 와사비 김 등 수십 가지 SKU(상품 가짓수)를 갖춘다.
그래서일까. 약 십여 년 전 한국에서 처음 코스트코를 방문했을 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이 거대한 매장에서 '김' 카테고리에 딱 한두 종류만 파는 게 가능하지?"
그리고 "이 김은 또 왜 이렇게 맛있지?"
실제 코스트코의 품목 수는 지독할 만큼 정제되어 있다. 월마트가 10만 개의 상품을 늘어놓을 때, 코스트코는 단 4,000개의 검증된 ‘1등’만 선발한다.
수만 명의 선수가 모인 거대한 리그가 일반 마트라면, 코스트코는 상위 1%만 발탁된 ‘올스타전’인 셈이다.
소비자로서 코스트코를 경험하며 가장 놀라운 점은 ‘실패가 없다’는 사실이다.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 상품을 집어도 만족도가 높다.
코스트코 매대에 올라와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품질이 검증되었다는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보통 MD는 2~3개의 상품을 전략적으로 배치한다. 압도적 1위 브랜드 하나, 그리고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확 낮춘 코스트코의 자존심 ‘커클랜드 시그니처(PB)’ 하나를 나란히 두는 식이다.
이는 선택의 강요가 아닌 최고의 큐레이션이다.
여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환불 정책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2년 쓴 소파부터 먹다 남은 스테이크까지 받아주는 파격적인 정책 덕분에, 고객은 "대용량이라도 일단 사보지 뭐"라는 편안한 마음으로 카트를 채운다.
이 소수 선별 전략은 심리적 편안함을 넘어 ‘가격’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일반 마트가 10군데 제조사에 물량을 나눠줄 때, 코스트코는 단 1~2곳에 모든 화력을 집중한다.
발주물량이 한 곳으로 쏟아지기에 MD는 압도적인 물량의 힘으로 강력한 바잉 파워(Buying Power)와 가격 협상력을 가져간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여러 마트에 조금씩 납품하는 것보다, 코스트코 한 곳에 대량으로 납품하는 것이 공장 가동률과 물류비용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결국 제조사가 절감한 그 비용은 코스트코 MD의 협상 테이블 위에서 '최저 단가'라는 결과물로 나타난다.
이 과정의 최종적인 선물은 다름 아닌 고객에게 돌아간다. 바로 코스트코 가격이 ’ 시장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최저가’인 이유이다.
단순히 "박스로 파니까 싸다"는 논리를 넘어, 유통과 제조의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결과물인 셈이다.
가격의 끝자리 숫자와 기호만 알아도 득템의 질이 달라진다.
1. 끝자리가 .97(달러) 혹은 70(원)
본사 MD가 재고 처리를 위해 가격을 낮춘 ‘최종 할인 가격’. 평소 눈여겨본 상품이 이 숫자로 끝난다면 고민 말고 구매해도 좋다.
2. 끝자리가 .00(달러) 혹은 .88(달러) - 미국 한정
매장 매니저 재량으로 가격을 내린 ‘초특가 상품’. 주로 반품된 새 상품이나 마지막 전시 상품인 경우가 많아 할인율이 가장 크다.
3. 오른쪽 상단 별표(*)
단종 예정(Delete) 상품. 재입고가 없으므로 인생템이라면 이때 쟁여둬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코스트코가 어떻게 이 소수 정예 상품들의 기적적인 '가격'을 유지하는지, 그 구체적인 마진 구조와 가격의 비밀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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