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끝판왕, 미국 코스트코 1탄

코스트코에서 산 상품은 실패가 없는 이유

by 적응형이방인

“나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결정하고 싶지 않아. 그냥 누가 골라준 것만 사면 안 될까?”


어느 날 퇴근하고 함께 장을 보러 가던 길에 남편이 던진 말이다.

하루 종일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리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린 그에게, 수만 가지 선택지가 놓인 마트는 쇼핑이 아닌 ‘피로’ 그 자체였던 모양이다.


그런데 코스트코(Costco Wholesale)에서는 이런 고민이 사라진다. 선택지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 코스트코 매대 앞에서 가격을 비교하며 망설이는 고객은 드물다.

코스트코에서는 더 고민할 것도 없다는 그들의 쇼핑은 빠르고 거침없다.


이 무모해 보이는 '신뢰' 뒤에는 MD의 치밀하고도 지독한 전략이 숨어 있다.


1. 소수 정예의 '올스타전'

한국에서 대형 마트 MD로 일할 때 나는 항상 다양한 상품과 브랜드를 갖추었다.

이유는 고객의 세분화된 취향을 맞추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김' 하나를 팔아도 들기름 김, 참기름 김, 와사비 김 등 수십 가지 SKU(상품 가짓수)를 갖춘다.


그래서일까. 약 십여 년 전 한국에서 처음 코스트코를 방문했을 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이 거대한 매장에서 '김' 카테고리에 딱 한두 종류만 파는 게 가능하지?"

그리고 "이 김은 또 왜 이렇게 맛있지?"


실제 코스트코의 품목 수는 지독할 만큼 정제되어 있다. 월마트가 10만 개의 상품을 늘어놓을 때, 코스트코는 단 4,000개의 검증된 ‘1등’만 선발한다.


수만 명의 선수가 모인 거대한 리그가 일반 마트라면, 코스트코는 상위 1%만 발탁된 ‘올스타전’인 셈이다.


2. 실패 없는 장보기의 신뢰

소비자로서 코스트코를 경험하며 가장 놀라운 점은 ‘실패가 없다’는 사실이다.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 상품을 집어도 만족도가 높다.


코스트코 매대에 올라와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품질이 검증되었다는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보통 MD는 2~3개의 상품을 전략적으로 배치한다. 압도적 1위 브랜드 하나, 그리고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확 낮춘 코스트코의 자존심 ‘커클랜드 시그니처(PB)’ 하나를 나란히 두는 식이다.

이는 선택의 강요가 아닌 최고의 큐레이션이다.


여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환불 정책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2년 쓴 소파부터 먹다 남은 스테이크까지 받아주는 파격적인 정책 덕분에, 고객은 "대용량이라도 일단 사보지 뭐"라는 편안한 마음으로 카트를 채운다.



3. 선택과 집중이 만든 ‘가격의 기적’

이 소수 선별 전략은 심리적 편안함을 넘어 ‘가격’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일반 마트가 10군데 제조사에 물량을 나눠줄 때, 코스트코는 단 1~2곳에 모든 화력을 집중한다.


발주물량이 한 곳으로 쏟아지기에 MD는 압도적인 물량의 힘으로 강력한 바잉 파워(Buying Power)와 가격 협상력을 가져간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여러 마트에 조금씩 납품하는 것보다, 코스트코 한 곳에 대량으로 납품하는 것이 공장 가동률과 물류비용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결국 제조사가 절감한 그 비용은 코스트코 MD의 협상 테이블 위에서 '최저 단가'라는 결과물로 나타난다.


이 과정의 최종적인 선물은 다름 아닌 고객에게 돌아간다. 바로 코스트코 가격이 ’ 시장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최저가’인 이유이다.


단순히 "박스로 파니까 싸다"는 논리를 넘어, 유통과 제조의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결과물인 셈이다.




[TIP] : 코스트코 가격표에 숨겨진 비밀

가격의 끝자리 숫자와 기호만 알아도 득템의 질이 달라진다.

1. 끝자리가 .97(달러) 혹은 70(원)

본사 MD가 재고 처리를 위해 가격을 낮춘 ‘최종 할인 가격’. 평소 눈여겨본 상품이 이 숫자로 끝난다면 고민 말고 구매해도 좋다.

2. 끝자리가 .00(달러) 혹은 .88(달러) - 미국 한정

매장 매니저 재량으로 가격을 내린 ‘초특가 상품’. 주로 반품된 새 상품이나 마지막 전시 상품인 경우가 많아 할인율이 가장 크다.

3. 오른쪽 상단 별표(*)

단종 예정(Delete) 상품. 재입고가 없으므로 인생템이라면 이때 쟁여둬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코스트코가 어떻게 이 소수 정예 상품들의 기적적인 '가격'을 유지하는지, 그 구체적인 마진 구조와 가격의 비밀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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