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때려잡는 '알디'의 비밀

트레이더 조 사촌 '알디'가 무섭게 성장하는 이유

by 적응형이방인

요즘 미국에서 가장 무섭게 성장하는 마트를 꼽으라면 단연 알디(ALDI)다.


알디는 미국 회사가 아닌 독일 ‘알디 쥐트’ 소속이다.

재미있는 점은 미국에서 핫한 또 다른 마트인 '트레이더 조'와 사촌 지간이라는 것이다.

알디 그룹은 ‘알디 쥐트'와 '알디 노르트' 두 회사로 나뉘는데, 1979년 ‘알디 노르트‘가 미국 트레이더 조를 인수했다.


두 마트는 동네 슈퍼 수준의 아담한 매장 사이즈와 PB 상품 중심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사실 모든 것이 정반대다.


트레이더 조가 독특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팬덤을 양산하는 '감성 마트'라면, 알디는 그 감성을 쏙 빼고 오로지 ‘극강의 효율과 가성비’를 추구한다.




놀라운 점은 미국 내 알디의 폭풍 성장세다.

2024년 연 매출은 약 290억 달러(한화 약 38조 원)에 달하며, 미국 내 매장 수 기준 월마트와 크로거에 이어 3위를 차지할 만큼 거대해졌다.

현재 미국 전역에 2,4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매년 100~200개의 신규 점포를 오픈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외식 물가가 치솟자, 절약을 원하는 중산층 고객들까지 대거 알디로 유입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독일의 작은 슈퍼마켓이 어떻게 거대한 미국을 집어삼키고 있는지 그 비결을 살펴본다.


미국 텍사스 주 어느 지역의 알디 매장 모습


'감성'은 없지만 '효율'이 지배하는 곳

알디 매장에 들어서면 사무적인 느낌이 들 만큼 매장 구성이 심플하다. 들려오는 소리는 '삑- 삑-' 바코드 찍히는 소리 뿐이고, 마트라기보다는 잘 정돈된 물류 창고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상품을 하나하나 진열하는 대신 박스째 쌓아두는 RRP(Retail Ready Packaging) 진열이 기본이다. 가격표 또한 일일이 직원이 교체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변경되는 디지털 방식이다.


박스 윗면만 뜯어내면 그대로 진열이 가능한 RRP 박스


PB 상품 패키지 또한 담백하다 못해 투박하기까지 하다.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핵심 정보만 전달하는 작관적인 디자인을 사용한다.


매장에서 직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셀프 쇼핑은 기본값이며, 종이봉투조차 직접 사야 해서 꾸깃꾸깃한 알디 장바구니를 챙겨 온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방에 바코드가 붙어있는 알디의 식빵. 1.27불이라는 놀라운 가격이 베스트 셀러이다.


카트 빌리는데 25센트를 내라고요?

한국에서도 아주 오래전 100원을 넣어야 카트를 쓸 수 있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알디는 현재도 25센트를 넣어야만 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을 고수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고객이 스스로 카트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게 하기 위함이다.


미국에서 타겟, 코스트코 같은 대형 마트에 가면 넓은 주차장에 방치된 카트를 수거하기 위해 직원이 땀 흘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알디는 카트 수거 직원을 고용하는 대신, 고객이 25센트를 돌려받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시스템을 택해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카트 관리 직원 없이도 늘 매장 앞에 잘 정렬되어 있는 알디 카트

래퍼를 능가하는 프로페셔널 캐셔

알디에 처음 갔던 날 래퍼를 능가하는 계산대 직원의 말 속도와 빠른 계산에 감탄한 기억이 있다.


알디의 모든 PB 상품의 사방에는 바코드가 인쇄되어 있어, 어느 면을 스캔해도 즉시 인식된다. 그 덕분에 계산원은 빠르게 스캔하고 그 물건을 카트에 그대로 던져지듯 담는다.

봉투에 담아주는 친절한 서비스는 없다. 계산이 끝나면 고객은 벽면에 있는 긴 테이블로 이동해 직접 짐을 싸서 나가야 한다.


어쩜 이렇게 불편할까 싶지만, 가격표를 보는 순간 모든 것이 용서된다.

고객의 불편함으로 아낀 비용을 가격 혜택으로 전환했기에 알디의 가격은 미국 내에서 독보적이다.


한 봉지에 0.65불. 품질과 가격이 좋아서 항상 사오는 대파

알디에는 미국 마트라면 꼭 있는 정육 코너도 따로 없다. 이미 공장에서 소분, 패키징 되어 온 정육 제품만을 판매한다. 이렇게 매장 진열 효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인력을 줄여 운영 효율을 극대화했다.


알디 매장은 직원 3명만 있으면 운영이 가능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이렇게 단순한 시스템은 미국 시장 내에서 빠르게 점포 수를 확대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 중 하나이다.




'이거 어디서 봤는데..' 이름만 빼고 다 똑같게

알디 상품의 90% 이상은 자체 브랜드(PB)다. 가격은 일반 브랜드(NB) 대비 30~50% 저렴하다.

그렇다고 품질이 나쁘다면 오산이다. 유명 브랜드의 절반 가격인데 성분은 오히려 더 건강한 상품들이 수두룩하다.


실제 알디의 PB 상품 중에는 유기농 및 Non-GMO 제품 비중이 매우 높다. 또한 최근 PB 브랜드 리프레시를 통해 자체 PB 상품에 인공 색소나 MSG를 넣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품질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알디의 PB는 "싼 맛에 산다"가 아닌, "오직 알디에서만 살 수 있는 가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알디는 대놓고 유명 NB 상품을 벤치마킹하여 개발하는데, '이름만 빼고 다 똑같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흡사한 비주얼과 맛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다.


맛은 똑같은데 가격은 반값 수준인 알디의 PB를 보면 'Why not?' 안 살 이유가 없다.


3.95불에 판매되는 윙킹 아울. 알디의 독점 브랜드이다.


알디의 가성비를 상징하는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3불대 와인 '윙킹 아울(Winking Owl)'이다.

심지어 과거에는 2불대에 판매되었다는 이 와인은 미국 자취생과 요리용 와인을 찾는 주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


'이 가격에 와인 맛이 나겠어?' 싶지만, 한 모금 마셔보면 '이 가격에 이 정도 맛이면 훌륭하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TIP] 한국인 시선 알디 PB 브랜드 해설

1. Simply Nature: 유기농 및 비유전자변형(Non-GMO) 식품 전용 브랜드. 한국으로 치면 마켓컬리의 유기농 라인처럼 건강하고 믿음직한 포지션이다.

2. Specially Selected: 프리미엄 식재료와 고급 치즈, 파스타 등을 취급하는 고메(Gourmet) 라인이다. 가격은 착하지만 미식가들의 입맛까지 공략할 정도로 퀄리티가 높다.

3. Clancy's: 감자칩, 프레첼 등 스낵류 전문. 한국의 '노브랜드' 스낵처럼 군더더기 없는 맛과 압도적인 양을 자랑한다.

4. Mama Cozzi's: 냉동 피자와 도우 전문 브랜드. 저렴한 가격 대비 맛이 좋아 미국판 '오뚜기 피자' 급의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5. Friendly Farms: 우유, 요거트 등 유제품 라인. 대형 브랜드와 품질 차이가 거의 없으면서도 장바구니 부담을 확 줄여준다.

6. Kirkwood: 닭고기 및 냉동 치킨 가공품 전문. '하림'처럼 가금류 제품에서 독보적인 가성비를 보여주는 냉동실 필수템이다.




사촌 지간인 트레이더 조가 '발견의 즐거움'이라는 감성으로 미국 소비자를 사로잡을 때, '실용주의'로 미국 물가를 때려잡고 있는 알디(ALDI).


다음 편에서는 알디가 어떻게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숙이 침투해 폭풍 성장을 이루고 있는지, 투박해 보이지만 확실한 알디의 매력에 대해서 더 깊게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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