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중산층까지 달러트리로 향할까?

미국판 다이소, 달러트리 (Dollar Tree)를 찾게 되는 이유

by 적응형이방인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순간을 맞이한다.


30달러짜리 장난감을 샀는데,
포장지와 쇼핑백, 카드까지 계산하고 나면
포장 비용만 15달러가 넘는 순간.


포장지와 카드 값만 2만원이 넘다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격이다.


한국에서는 천 원, 이천 원이면 괜찮은 포장 용품을 살 수 있었는데, 미국 마트에서는 쇼핑백 하나가 만 원 가까이 하기도 하고 카드 한 장도 오천 원을 넘을 때도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찾는 곳이 있다.

미국판 다이소라 불리는 달러트리(Dollar Tree)다.


밸런타인 시즌 컨셉으로 매장 입구를 꾸민 달러 트리 (Dollar Tree) 매장


달러트리(Dollar Tree)는 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과 식품을 몇 달러에 살 수 있는 미국식 ‘균일가 매장’이다. 흔히 미국판 다이소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때 모든 상품이 1달러였지만,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현재 기본 가격은 1.25달러로 올라갔다. 여기에 3달러, 5달러 상품을 추가하며 멀티 가격 전략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매장 컨셉과 가격 구조는 1천 원, 3천 원, 5천 원 단위로 가격을 운영하는 한국 다이소나 일본 100엔숍과도 닮아 있다.


디자인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한 달러트리의 헬륨 풍선


대형마트가 닿지 못하는 곳을 공략한 작은 슈퍼

달러트리는 독특한 입지 전략을 갖고 있다.


월마트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가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은 지역에 먼저 진출하며, 대형마트가 닿지 못하는 동네에서 작은 슈퍼 역할을 해왔다.


미국에는 집 근처에 대형마트가 없는 ‘푸드 데저트(food desert)’ 지역이 적지 않다. 이런 곳에서 달러트리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공급하는 중요한 생활 채널로 자리 잡은 것이다.


미국 대표 식료품 브랜드들을 판매하고 있는 달러트리의 냉장 쇼케이스


고물가 시대의 승자, 수치로 증명된 역대급 성장

달러트리는 이제 동네 잡화점이 아니라 거대한 유통 채널이 되었다.


2026년 기준 미국 전역에 약 9,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은 306억 달러(약 41조 원)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8% 이상 성장한 수치다.


월마트의 연 매출 성장률이 보통 3~5% 수준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달러트리의 성장 속도는 그 두 배에 가깝다. 고물가 시대의 수혜가 숫자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성장의 중심에는 ‘반복 구매되는 생필품’이 있다. 달러트리 매출의 핵심은 매주 다시 사야 하는 일회용품과 생활 필수품이다. 일회용품 소비가 많은 미국 문화와 맞아떨어진다.


실제로 식품과 생활 소모품을 합친 ‘컨슈머블(Consumables)’ 카테고리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5달러에 판매되는 달러트리 유리잔들


벤츠타고 달러트리로 향하는 고소득층

최근 달러트리에서 목격되는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매장 앞 주차장의 풍경이다.


과거에는 저소득층이 주로 찾는 ‘동네 슈퍼’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고가 브랜드의 SUV나 세단이 주차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달러트리(Dollar Tree)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최근 유입된 신규 고객 300만 가구 중 약 60%가 연 소득 10만 달러(약 1억 3,5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이 소득 구간의 이용자 비중이 약 5%대에 불과했으나, 불과 몇 년 사이 10%를 훌쩍 넘기며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고객층이 되었다.


누적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고소득층조차 '굳이 비싸게 살 필요 없는' 소모품이나 식료품만큼은 달러스토어에서 해결하며 지출을 방어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열하다 만 제품 박스들로 혼잡할 때가 많은 달러트리 매장 통로


다이소와는 사뭇 다른 매장 분위기

처음 달리트리에 들어가면 한국 다이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조금 놀랄 수도 있다.


한국 다이소는 밝고 활기찬 라이프스타일 매장이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생활용품이나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물건들을 구경하는 맛이 있다.


하지만 달러트리는 조명이 어둡고, 진열도 투박하다.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보다는 철저한 실용 중심의 공간이다.


1.25달러라는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기 위해 원가를 극단적으로 낮춘 제품들이라 품질 편차는 존재한다.


지우개를 샀는데 연필이 지워지지 않거나,

1.25달러에 산 장난감이 1시간을 못 가서 망가지는 웃픈 에피소드가 심심찮게 들리기 때문에

제품 안전성이나 품질이 중요한 상품은 달러트리에서 되도록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한번 쓰고 버리는 파티, 포장용품이나 소포장 생필품만큼은 이보다 더한 해답이 없다.


생필품, 식품뿐 아니라 문구용품, 파티용품, 의류, 미용소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취급하는 달러트리


달러트리는 모든 것을 믿고 사는 곳이라기보다, 품목을 영리하게 골라야 하는 곳이다.


*구입 추천 품목 : 쇼핑백·포장지·카드, 파티용 풍선, 문구류, 소포장 브랜드 간식, 소용량 생활용품

*피해야 할 품목 : 충전기·케이블 같은 전자제품, 공구류, 화장품, 내구성이 중요한 장난감 및 어린이 용품


달러트리의 인기품목인 포장 용품과 카드류


해외에서 살아보니 한국 다이소의 섬세한 디자인과 품질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한국 다이소에 비하면 미국 달러트리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하지만 ‘헉’ 소리 나는 미국 물가를 방어하는 데 달러트리만큼 현실적인 선택지도 드물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이소, 달러트리, 100엔샵을 포함한 전 세계 균일가 매장들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필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며 지출을 재정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이런 균일가 매장은 더 이상 저소득층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의 생활비를 지켜주는 안전망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에는 달러트리 외에도 달러 제네럴(Dollar General), 패밀리 달러(Family Dollar), 파이브 비로우(Five Below) 등 다양한 달러스토어 체인이 존재한다.

이 흥미로운 세계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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