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여전히 나로 살고 싶어서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나를 다시 만나다.

by Still Na 여전히 나

엄마이기 이전에, 나는 나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나를 잊고 살고 있었고 ‘오늘 하루, 나를 위해 뭐 했지?’ 돌이켜보면 기억나는 게 없었다. 임신 소식을 알게 된 그날부터 나는 아기를 위해 카페인을 줄이고, 출산용품을 준비하며, 하루의 기준을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맞추기 시작했다. 그건 분명 나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아기를 위한 삶이기도 했다.


출산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하루 종일 아기를 돌보느라 시간의 감각조차 사라졌고, 허겁지겁 끓인 라면은 식어버리기 일쑤였고, 먹을 틈도 없이 하루가 흘렀다. 임산부 시절에는 주변의 많은 도움도 받고 배려도 받았던 덕에 아기 낳으면 행복만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행복은 바로 주어지지 않았다. 매일의 수고와 눈물, 그리고 사랑이 천천히 행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때의 나는 늘 초조했다.

아기가 잘 자고 있는지, 밥은 잘 먹는지,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누가 정답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완벽하고 싶었다. 육아는 처음인데 잘 할리가 없었다. 잘하려고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더 지쳤다. 지금에서야 아기가 제법 크고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비로소 나에게도 ‘나로 사는 시간’이 생겼다. 이제야 제법 사람답게 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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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빵 한 조각으로 스스로에게 “오늘도 수고했어”를 건넬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렇다. 나는 아기를 사랑하지만, 결국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싶었다. 그게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라 엄마로서 더 단단해지는 방법임을 이제 안다. 예전엔 아기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나의 존재가 희미해졌지만, 지금은 조금씩 균형을 되찾는 중이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는 말, 그 말을 이제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게 진짜 성장일지도 모른다. 아기가 커가는 만큼, 나도 조금씩 다시 나로 돌아가고 있다. 육아는 결국, 아이를 키우는 동시에 나를 다시 길러내는 과정이니까. 이제 아기가 잠든 밤, 늦은 저녁이 되면 나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 시간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고, 가끔은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그냥 조용히 나를 만난다.


나는 여전히 엄마로 살지만, 조금씩, 또 천천히 다시 나로 살아가고 있다.



+ 나는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아들을 ‘드니’라고 부르려 한다.

시드니(Sydney)에서 갑자기(Suddenly) 찾아온 기적 같은 존재 — 그렇게 ‘드니’가 탄생했다.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드니와 함께, 그리고 드니 덕분에 시작되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