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각자의 삶이 달라진 순간, 별거와 이혼

완전히 망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무너졌던 시간

by 여전히

그날은 유독 기억에 선명하다. 난임으로 인공수정 2차를 앞두고 병원에 다녀왔던 날이었다. 작은 희망을 품고 있던 나에게 남편은 점심 무렵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만했으면 좋겠어. 내 감정을 모르겠어"

그 메시지는 이후의 시간을 예고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날 남편은 직장 동료 모임이 있다며 늦었고, 나는 집에 혼자 남아있었다. 밤 9시가 넘어 전화를 걸었을 때, 수화기 너머에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음은 나를 더욱 고립된 기분으로 만들었다. 나는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데, 정작 내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 공허하게 다가왔다.


며칠 뒤, 남편은 이혼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 시간을 이혼을 재촉받는 나날처럼 느꼈다. 한 명이 결심하면 끝이라는 말이 반복되었고, 나는 그 말들 앞에서 점점 말문을 잃어갔다. 평범하게 결혼과 출산의 흐름을 이어가는 친구들과 달리, 나는 예기치 않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나는 관계를 붙잡고 싶었다. 싫다고 했던 점들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시간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부 상담도 상대의 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 상황을 누구에게도 쉽게 말하지 못했고, 혼자서 감정을 정리해야 했다. 대화 중에 오간 말들 중 일부는 오래 마음에 남아 상처가 되었다. 이혼 통보 이후, 한 달 남짓 어색한 동거가 이어졌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이혼도, 별거도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다. 별거에 대한 내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남편은 집을 나가지 않았고, 그렇게 한 달 남짓 어색한 동거가 이어졌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반복되었고, 동의해 달라는 말도 계속 이어졌다. 집은 더 이상 편안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감정이 격해진 대화가 있었다. 각자가 느껴온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생각이 뒤섞여 말로 쏟아져 나왔다. 그날의 분위기는 나에게 큰 공포로 남았다. 나는 더 이상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고 느꼈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얼마나 힘들었냐면, 나는 외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집을 나와 잠시 밖에 앉아 있었고, 그동안 눌러 두었던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그 선택은 나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 순간의 나는 그것 외에도 다른 방법을 떠올릴 수 없었다. 이후의 일들은 관계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날을 계기로 우리는 더 이상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지 않게 되었고, 애매하게 이어지던 동거는 끝이 났다. 나는 별거를 선택했고, 상대는 이혼을 원했다. 나는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생활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들어갔다.

집에 혼자 남았을 때의 고요함은 낯설었다. 상황 한가운데 있을 때는 모든 것이 내 잘못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 공포와 긴장 속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조금씩 자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각자의 삶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혼'이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너무 낯설었다. 하지만, 이혼은 나를 설명하는 대표 키워드가 되었다. 3개월 후 법적으로도 관계를 정리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실망과 일방적인 폭언 지쳤다. 나는 내 시간이 더 중요했다. 더 이상의 고통은 거절했다.

그 단어가 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을 때까지, 나는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아직도 웃으며 말하긴 어렵다. 이 글은 그 준비의 과정이자, 한 시기를 통과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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