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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ee Nov 15. 2019

체다치즈, From 미국? 영국?

#005, 바버 1833 - 빈티지 체다

본격 치즈 생활 @Gitu_cheese


체다치즈. 아마 모짜렐라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치즈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아는 모짜렐라와 체다는 '오리지널'과 거리가 먼 치즈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시중에 파는 모짜렐라 피자는 대부분 가공치즈였다. 다행히 요즘에는 자연치즈를 얼려 팔긴 하지만 말이다.


가공치즈는 자연치즈에 다른 식품 첨가물을 더해 만든 치즈이다. 공장형 치즈 혹은 인더스트리얼 치즈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가공치즈의 아이콘이 바로 체다 치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체다치즈. 사각형, 필름포장, 500원 더 주고 햄버거 업그레이드하면 먹을 수 있는 그 치즈. 우리는 그 치즈를 체다치즈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햄버거 치즈는 당연히 맥도날드의 나라 미국에서 건너온 치즈라고 알고 있다.


이건 오해다. 이 모든 오해는 <KRAFT>라는 천조국의 식품회사의 탄생으로 시작된다. KRAFT가 바로 사각 가공 치즈를 최초로 마든 장본인이며 이 치즈는 대 히트를 치고 오리지널의 명성을 가볍게 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가공 치즈'는 훨씬 복잡하고 유니크한 '자연 치즈'를 즈려밟고 치즈의 대명사가 되었다.


사실 체다 치즈는 영국의 전통 깊은 치즈이다. 영국의 남서부(도싯, 서머싯, 데번, 콘월) 지방에서 만드는 치즈이며 스틸톤 치즈와 함께 PDO(AOP=DOP) 인증을 받는 유'이'한 영국 치즈이다. 

 진짜 체다는 저렇게 크다!!!

체다의 기록은 12세기 헨리 2세 시대에 작성된 공문서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역사를 가진 치즈이다. 실제 모양은 사각의 슬라이스가 아닌 원통형으로 약 25킬로나 되는 무거운 치즈이다. 조셉 하딩이라는 사람이 최초로 어디에서나 똑같은 체다를 제조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을 고안했는데 웃기게도 그 무대는 영국이 아닌 미국이었다. 영국보다 미국에서 체다 치즈 공장이 설립되면서 영국이 미국에서 체다를 역수입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다.


당연히 전통적으로 체다를 만들던 영국 사람들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자본주의는 힘이 셌다. 전통 체다는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위기를 느낀 영국의 체다 메이커들은 전통 체다를 지키려는 노력을 작지만 이어갔다.  그리고 그 노력은 1996년 PDO 인증을 받아 '웨스트 컨트리 팜하우스 체다'라는 명칭으로 등록되었다.


현재 남서부 지역 14개의 목장에서만  PDO 체다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오늘 먹어볼 체다는 14개 중 하나인 바버 1833.  24개월 숙성 빈티지 리저브 체다.

체다는 최소 9개월 이상 숙성시켜야 하는데 24개월이면 얼마나 더 특별할까 


바버 1833 빈티지 리저브 체다의 맛


짠맛이 강하게 느껴짐. 슬라이스 치즈의 그 맛. 하지만 감칠맛과 뒤의 깔끔한 맛이 더해져 고급스러움. 우유 느낌도 살아 있음. 버터에 소금과 견과류 기름을 섞은 맛이랄까. 버터와 견과류의 고소함도 있지만 고소함보다는 오일리, 한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치즈 그대로 먹어보는 것이 역시 가장 맛이 있지만 체다는 이런저런 요리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빵 사이에 넣어 버터로 토스트만 해도 그걸로 완벽한 핫 토스트. 치즈 폭탄 맥 앤 치즈. 각종 요리의 토핑까지.

그라나 파다노와 체다로 만든 맥 앤 치즈

그라나 파다노와 바버 1883 체다로 맥 앤 치즈를 만들었다. 가공 치즈로 맥 앤 치즈를 만들면 꾸덕하고 끈적하게 만들어지는데 늘어나는 치즈를 넣지 않아서 그랑탕과 맥 앤 치즈의 질감을 합친 것 같았다. 여유가 된다면 늘어나는 치즈(모짜렐라, 라끌렛 등)을 넣으면 더 좋은 질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음.


PDO치즈만 넣어서 만든 맥 앤 치즈여서 그런지 너무 고급스럽다. 맥 앤 치즈가 고급스러워도 되는 것인가? 물기를 뺀 고추 장아찌를 잘게 다져서 같이 먹으면 한국인의 밥상이 됩니다.


꼭 맥주와 함께!

체다 치즈는 꼭 맥주와 함께 먹길 추천한다. 전통 체다를 만드는 영국 남서부 콘월에는 체다 치즈 만드는 곳도 있지만 세인트 오스텔이라는 엄청난 맥주 브루어리가 있다. 영국의 비터(잉글리시 페일 에일)의 최고봉은 런던 프라이드,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텐데 아마도 세인트 오스텔의 맥주를 마셔보면 생각이 바뀌게 될지도 모릅니다. 보통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치즈는 그 지역의 술과 함께 마시는 것이 국룰이기도 합니다. 뭐 이런 걸 떠나서 세인트 오스텔 맥주를 마시면 분명 또 하나의 최애 영국 맥주가 추가될 겁니다.

모든 라인업이 엄청나지만 '트리뷰트'는 클래식의 정석. (출처: 세인트 오스텔 페북)


세인트 오스텔 맥주는 아쉽게도 구하기가 조금 힘든데 현대백화점에서 높은 확률로 구할 수 있다. 가까운 보틀샵을 찾아서 문의해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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