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75km가 알려준 페이스의 철학

인생 첫 마라톤, 그리고 나의 일상

by 김익재

지난 11월 2일, 내 인생 첫 하프마라톤을 뛰고 사흘째 되는 날이다.


그리고 이틀째 되던 어제부터 천천히 회복주를 시작했다.

어제는 2.2km, 오늘은 3km를 6분대 초반 페이스로 달렸다.


마라톤을 뛴다는 것, 막상 출발하기 전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늘 그렇듯, 처음은 어색하고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완주를 하고서는 알게 된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고, 힘든 것도 지나고 나면 결국 추억이 된다는

어쩌면 뻔하디 뻔한 이야기.


tempImagekzJOzN.heic 첫 마라톤, 첫 완주, 기록은 만족.



달리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


21.0975km라는 거리를 넘어 달리면서 깨달은 건

단지 체력의 한계를 견디는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무엇이든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그 순간만큼은 걷더라도 결국에는 결승선에 닿을 수 있다는 것.


뛰어보지 않고는,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었을 감정이다.



공부도 결국은 '페이스 조절'


노동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하며 노무사 자격을 가진 노동정책 전문가가 되고 싶어

지난 3월부터 노무사 공부를 시작했다.

(물론 직장과 학업과 수험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공부를 하고, 필기를 하고, 특히 답안지를 쓰다보면

머리와 펜을 쥔 손끝의 속도가 어긋나는 순간을 자주 목도한다.


생각은 앞서가는데, 펜은 따라가지를 못하는 것이다.

급한 마음만큼이나 써내려간 문장은 반드시 서두른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천천히, 머리와 손끝의 감각을 다시 맞추다보면 (어쩌면 동기화라고나 할까)

생각과 글이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리듬이 비슷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제서야 비로소 안정감 비슷한 것이 생긴다.


수험이라는 것도 그런 것 같다.

아무도 나를 쫒아오지 않는다.

매년 330명 안에만 들면 되는 시험이지만,

진짜 경쟁자는 언제나 나 자신이다.


"힘들다, 지친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생각과 말을 하는 또 다른 나와 싸우는 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달리다 보면, 정말이지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순간이 있었다.

남은 거리는 대략 3~4km.

이미 15km를 넘어왔지만, 남은 1/4도 되지 않는 그 거리가 그렇게나 멀게 느껴질 수가 없더랬다.


그때는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는 마음 하나로만 버텼던 것 같다.

육체적 한계의 끝에 다다라서야 어떤 일을 대하는 나 스스로를 다시금 확인한다.



나만의 페이스를 잃지 않을 것


마라톤이든 공부든, 결국은 '페이스를 지키는 일'이 선결요건이 아닌가 싶다.

조급하지 않되, 멈추지 않고, 매 순간 나만의 리듬을 유지하는 것.

이번 첫 하프마라톤이 나에게 준 가장 큰 교훈이다.


힘든 건 지나가고, 추억은 남는다는 그저 그런 뻔한 이야기가

처음 이 말을 한 누군가는 뻔하게 꺼낸 말만은 아니었을 것도 같다.



날씨가 꽤나 쌀쌀하다.

그럼에도 이 글을 읽는 모두의 마음만은 따숩기를 늘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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