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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 (10) 절에 가서 젓국을 찾는다?

내륙에 위치한 양식장과 사막에 있는 수력 발전소

‘절에 가서 새우젓 찾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있을 곳이 아닌 곳에 가서 찾는 시간낭비를 하기 때문에 괜한 헛수고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적어도 과학기술 분야만큼은 이런 속담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시간낭비처럼 보여지는 시도가 때로는 역발상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 free image

지금 소개하는 ‘내륙 지역에 조성한 양식장’과 ‘사막에 건설되는 수력발전소’는 모두 있을 곳이 아닌 곳에 자리를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과를 내거나 또는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역발상의 결과물들이다. 절에 가서 새우젓을 찾는 수고가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때때로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내륙 지역에 마련된 새우 양식장


충남 예산군 오가면 신장리 일대는 주변에 바닷물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완전한 내륙 지역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바다새우를 키우는 양식장이 위치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예진수산영어조합법인의 박진수(59) 대표다.


박 대표는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3년 전부터 대하를 양식하고 있다. 1,455㎡ 규모의 육상수조식 양식 시설에는 15만 마리의 새우 외에 3만 마리의 황복어들도 자라고 있다.


일반적으로 바다에서만 양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대하를 박 대표는 어떻게 내륙에서 키울 생각을 했을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박 대표는 “15년 간 해안 근처에서 양식해봤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대하의 서식 환경만 맞춰주면 양식하는 장소는 별 상관이 없을 것으로 믿었다”라고 말했다.

내륙지방에 조성된 새우 양식장은 역발상의 결과물이다 ⓒ 연합뉴스

실제로 박 대표는 서식 환경을 맞추기 위해 직접 서해의 바닷물을 공수한 뒤 물을 교환하지 않고도 대하를 키울 수 있는 국립수산과학원의 친환경 양식기법을 적용했다. 미생물을 이용하여 암모니아와 사료 찌꺼기를 완전히 분해하는 수질 정화 방법을 사용한 것.


박 대표는 “바닷물로만 키우는 것이 기존 양식의 방법이었다면, 국립수산과학원의 방법은 미생물을 활용하여 생산한 일종의 배양액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 외에도 배양액을 처음 준비할 때 바닷물과 함께 민물을 일부 포함시키는 것도 또 다른 내륙 양식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내륙 양식의 놀라운 성과는 출하량에서 드러난다. 바다 양식의 경우 3.3㎡당 1kg의 새우가 생산되는 반면, 예진수산의 양식장에서는 최대 50kg까지 출하되고 있는 것. 이 같은 출하량 덕분에 박 대표는 매년 억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초기 시설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3.3㎡당 70만원에 달하는 시설 투자비가 일반 양식장 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공개하면서도 “다만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 포장 새우 판매가 늘어 판로에 대한 걱정이 없고, 먹이통을 사용함으로써 사료비도 절감되는 것을 모두 고려하면 바닷가 양식보다 더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사막 지대에 만들어질 수력 발전소


바닷가에서 한참 떨어진 내륙에 만들어진 양식장이 국내의 역발상 사례라면, 사막 지대에 만들어지는 수력발전소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칠레의 역발상 사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칠레 정부와 에너지 전문 업체인 발할라(Valhalla)사는 업무 제휴를 맺은 뒤, 칠레 북서부의 아타카마 사막 지역에 300메가와트(MW)급의 수력 발전소를 공동으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발표 소식을 접한 전 세계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이 지역은 일 년 내내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을 정도로 건조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물 한 방울 구하기가 쉽지 않은 지역에서 수력발전을 하겠다는 깜짝 발표에 모두들 미친 짓이라고 수근댔다.


그러나 곧이어 컨소시엄의 세부 계획이 발표되면서 그런 의구심은 대부분 사라졌다. 발표내용에 아무도 시도해보지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의 핵심은 바로 사막이 위치한 독특한 지형을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고산지대 사막에 지어지는 수력발전의 개념도 ⓒ myscienceacademy.org

독특한 지형이란 사막이 안데스 산맥의 고산 지대에 위치해 있다는 점과 산맥 아래에 태평양 바다가 있다는 점이었다. 태평양의 바닷물을 이제는 흔적만 남아있는 산맥 위의 저수지 터로 끌어올린 다음, 이를 다시 바다로 내려 보내면서 고도차를 이용한 수력발전을 한다는 것이 계획의 요지였다.


이와 관련하여 발할라사의 전략 담당인 프란치스코 토릴바(Francisco Torrealba) 이사는 “산맥 정상에 위치한 2개의 저수지 터에는 2만 2000개 정도의 수영장을 메울 수 있는 물을 담을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태평양에서 바닷물만 끌어 올릴 수 있다면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수력발전이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태평양의 바닷물을 고산 지대로 까지 끌어 올리는 방법의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도 토릴바 이사는 “전력이 남아도는 심야시간이나, 태양광을 이용하여 물을 퍼 올린다면 별도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산맥 정상까지 올릴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발전소는 당국의 착공 허가를 받은 상태로서, 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 기간은 3년 반으로서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간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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