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 (9) 몸통보다 곁가지가 더 중요하다?

시계줄이 핵심인 스마트워치와 스팀이 핵심인 토스터

영화가 대박 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씬스틸러(scene stealer)'를 잡아라!


국내 영화의 본산인 충무로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간혹 주연보다 조연이 더 주목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의외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는 디지털 세상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의 주연이라 할 수 있는 본체보다는, 조연 역할을 하는 주변 장치에 핵심 기능이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본체보다 주변장치에 핵심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 free image

지금 소개하는 ‘시계보다 시계줄이 더 중요한 스마트워치’와 ‘스팀장치가 탑재된 토스터’는 모두 하드웨어의 본체보다 주변 장치의 기능으로 인해 화제가 되고 있는 역발상의 결과물들이다. 본체 중심의 설계로 기능을 한정시키기보다는, 주변 장치 중심으로 설계하여 기능 확장을 고려한 것이다.


시계줄에 핵심 기능이 담긴 소니 스마트워치


일본 소니사가 선보인 스마트워치의 이름은 ‘웨나(Wena)’다. ‘위화감을 주지 않고 착용할 수 있는 장치(Wear electronics naturally)’라는 의미에서 따 온 이름처럼 시계 자체는 클래식한 느낌의 아날로그시계 그대로다.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로 웨나의 본체는 일반적인 아날로그시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별도의 디스플레이가 없다. ‘디스플레이도 없는 시계가 스마트워치?’라고 의아해 하겠지만, 여기서 소니사의 번뜩이는 역발상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바로 스마트워치의 스마트 기능을 본체가 아닌 스트랩(strap), 즉 시계줄에 포함시킨 것.


메탈 재질의 스트랩 내부에는 통신 모듈과 센서가 장착되어 있고, 사용자의 활동량을 측정할 수 있는 가속계와 진동 알림 시스템도 탑재되어 있다. 또한 전자결제가 가능한 칩도 내장시켰기 때문에 메일이나 SNS는 물론 건강 측정이나 전자지갑 등의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웨나의 스마트워치 기능은 모두 시계줄에 내장되어 있다 ⓒ SONY

다만 별도의 디스플레이가 없기 때문에 이런 기능들은 모두 스마트폰과의 연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메일이나 SNS가 도착했을 때는 진동 알림으로 알려주고, 건강 측정이나 전자지갑 등도 센서와 칩을 통해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업계는 웨나가 기존의 스마트워치들과는 달리 스트랩만 교체하면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아날로그시계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명품시계 브랜드와 제휴하는 입장에서 좀 더 유리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삼성이나 애플의 스마트워치는 스와치(Swatch) 같은 명품 브랜드들과 손목시계 시장을 놓고 싸울 수밖에 없지만, 웨나는 이들 명품 브랜드들에게 주연 자리인 시계를 양보하고 조연인 시계줄에 만족하는 전략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웨나는 운영시스템(OS)에 있어서도 안드로이드와 iOS를 모두 지원하는 등 고객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멀티 플랫폼 전략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개방성 및 연동성 면에 있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죽은 빵도 살려내는 기적의 토스터


본체가 아닌 주변 장치의 기능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또 하나의 제품은 바로 일본 발뮤다(BALMUDA)사가 개발한 토스터(toaster)다.


가전업계의 애플로 불리우는 이 회사는 빵을 굽는 기기인 토스터에 역발상 아이디어를 도입하여 대박을 치고 있다. 기존 토스터에 스팀을 제공하는 주변 장치를 탑재시켜 ‘죽은 빵도 살려내는 토스터’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다.


발뮤다의 토스터 위로는 5ml의 물을 넣을 수 있는 급수구가 설치되어 있다. 사용자가 이 급수구 안으로 물을 부으면 물이 스팀이 돼서 빵 표면에 얇은 수분막을 만든다. 이후 빵의 종류에 따라 일정한 시간을 가열하게 되면 표면은 바삭하게 구워지고, 속은 부들부들하고 촉촉하게 된다.

급수구가 형성되어 있는 발뮤다사의 토스터 ⓒ BALMUDA

스팀이 빵 속으로 서서히 침투하면서 마치 갓 만든 빵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발뮤다는 이 같은 기능을 활용하여 모두 5가지의 형태로 빵을 구울 수 있는 토스터를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로 단순한 아이디어지만 발뮤다는 이 역발상을 통해 엄청난 고부가 제품을 만들었다. 1만 원 대 안팎이면 살 수 있었던 토스터기 가격이 스팀 기능 하나가 더해지면서 30만 원 대로 껑충 뛰게 된 것. 그런대도 현재 시장에서는 없어서 못 팔정도로 발뮤다의 토스터는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시장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발뮤다 토스터가 일으킨 열풍은 차별화된 기능에 힘입은 것”이라고 강조하며 “소비자가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열도록 만드는 그 힘은 본연의 기능을 가진 제품이 집에 이미 있는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역발상에서 나왔다”라고 평가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발상 과학 (8) 사(死)각 지대를 생(生)각 지대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