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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 (8) 사(死)각 지대를 생(生)각 지대로

사각지대 없앤 360도 선풍기와 스피커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나 사물이 존재하는 공간 어디든지, 사각지대(死角地帶)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사각지대란 보는 사람의 위치나 각도에 따라 특정 사물이 보이지 않는 일정 구역을 의미하는데, 우리 주변의 가전제품들 중에서도 이런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사각지대를 없앤 가전제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 80000hours.org

예를 들면 180도가 회전의 한계인 선풍기의 뒷부분이나, 앞면과 옆면에 위치해 있어야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스피커 등의 뒷면이 이 같은 가전제품들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지금 소개하는 ‘무지향성 스피커’나 ‘360도 선풍기’는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하여 이런 사각지대를 없앤 전자제품들로서, 버려질 수밖에 없는 ‘사(死)각지대’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생(生)각지대’로 만든 역발상의 사례들이다.


음의 지향성을 없애 전 방향의 음악 감상 가능해져


무지향성 스피커란 소리를 앞쪽 뿐 만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 방출시켜서 음의 지향성(指向性)을 없앤 제품을 의미한다. 따라서 스피커의 앞면에 위치해 있지 않아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는 요즘 음향기기의 대세라 할 수 있는 하이엔드(Hi-End) 오디오의 구현 목표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자연스러운 음색은 물론이고, 넓고 깊은 음역대를 구현하려다 보니 무지향성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소리는 지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 오디오의 경우 스피커가 있는 방향으로만 대부분의 소리가 방출된다. 하지만 중저음역대 소리의 경우는 스피커가 아닌 몸체를 통해서도 방출된다.


그 이유는 주파수대역이 낮아서 몸체를 쉽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인데, 스피커를 막아도 저음역대의 소리는 거의 대부분 방출된다. 예를 들면 아파트의 경우 아래층에서 오디오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항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바로 중저음역대 소리의 방출과 관련이 깊다.

무지향성과 기타 자향성들의 음역 범위 비교 ⓒ theSounds.co.kr

반면에 고음역대의 소리는 파장이 짧아서 직진성이 강하기 때문에 스피커를 통해서만 나온다. 하이엔드 오디오 소비자들이 음악 감상을 할 때 이상적인 청취지점, 즉 ‘스위트스팟(sweet spot)’을 만들려고 애쓰는 이유도 바로 이런 고음역대의 소리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반적인 가정에서 스위트스팟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오디오 감상실 같은 공간을 집안 어딘가에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에는 경제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제약사항이 많다. 따라서 스위트스팟 대신 어느 위치에 있어도 비슷한 음역대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스위트어라운드(SweetAround)’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무지향성 스피커는 바로 이런 스위트어라운드를 추구하는 경향에 적합한 음향 감상 디바이스다. 저렴한 비용으로도 소리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음향업계의 대표적인 역발상 사례로 꼽힌다.


무지향성 스피커의 설계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반사음을 이용하여 무지향성을 만드는 방식이 있고, 두 번째는 스피커의 배치 형태에 따라 만드는 방식이 있다. 두 방법 모두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고급 오디오 제품은 대부분 반사음을 이용하는 무지향성 스피커를 채택하고 있다.


좌우 회전 외에 위아래 작동도 가능


기존 선풍기의 경우는 좌우 회전 범위가 넓어야 180도 정도였다. 따라서 그 범위를 벗어나는 곳에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선풍기의 위치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2종류의 선풍기 중 어느 하나만 사용해도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2종류 제품 보두 모두 사각지대를 없앤 선풍기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신일산업에서 선을 보인 ‘양방향 선풍기’는 1개의 모터에 2개의 팬이 연결되어 있어 360도 전 방향에 시원한 바람을 전달하는 제품이다. 그런 이유로 사무실 및 식당 등 여러 사람이 모인 좁은 장소에서도 활용도가 대단히 높다.


회전 시 바람이 오는 간격이 짧았던 기존의 제품과는 달리 양방향에 팬이 붙어 있어서 어느 방향에서도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졌다. 특히 모터 1개로 구동하기 때문에 선풍기 2대를 돌리는 것보다 높은 에너지 효율을 자랑한다.

하나의 모터로 두개의 팬을 돌리는 양방향 선풍기 ⓒ 신일산업

계절가전 전문업체인 신일산업은 이 제품으로 지난해 개최된 ‘대한민국 혁신대상’에서 ‘대한민국 제품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양방향 선풍기와는 달리 레펠(Lefel)사가 공개한 사각지대 없는 선풍기는 하나의 팬(fan)으로 360도 회전이 가능한 제품이다. 무작정 360도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30도부터 시작하여 60도 및 90도, 그리고 135도, 180도, 360도로 회전범위를 6단계로 설정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 선풍기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위와 아래 부분의 사각지대도 없앴다는 점이다. 보통의 선풍기는 상하 각도조절이 45도 정도이나, 이 제품은 팬이 천장을 볼 수 있도록 90도까지 꺽는 작업이 가능하다.


레펠 관계자는 “상하 각도 조절은 사실 사각지대라기보다는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팬의 방향이 위와 아래를 향하게 되면 실내 공기순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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