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 (2) 더했더니 원더풀! plus+제품

스마트폰 케이스에서 나오는 키보드

‘1+1=2가 아니다. 3이나 10이 될 수 있고, 무한대도 될 수 있다’


하나에 하나를 더해 둘이 되는 것은 수리(數理) 측면의 논리지만, 가치(價値) 측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하나에 하나를 더해 셋이 될 수 있고, 열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수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가치의 논리를 가능토록 해주는 것이 바로 과학기술이다.

하나를 더하는 것이 때로는 무한한 가치를 발휘할 때가 있다 ⓒ free image

최근 들어 기존 기능에 한 가지만 더했을 뿐인데, 그 가치가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역발상의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들의 가상 키보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간단한 ‘물리적 키보드’나 평면 스크린에 입체감을 부여해주는 ‘공기 실린더’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가상 키보드의 약점 보완하는 물리적 키보드


스마트폰 발전에 영향을 미친 애플의 혁신 기술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가상 키보드로 대표되는 ‘터치(touch)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애플의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디지털 기기들의 입력 장치는 물리적 키보드가 대부분이었고, 간혹 가다 터치펜 등이 사용되었을 뿐이다. 그런 만큼 애플의 터치 기술이 보여준 센세이션은 대단했다. 스마트폰은 물론 컴퓨터와 TV 등으로 까지 그 적용 범위를 거침없이 확장해 나가기 시작하자, 상대적으로 물리적 키보드는 그 설 땅을 점차 잃게 되고 말았다.


하지만 가상 키보드라고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글자를 입력하는 타이핑 속도에 있어서 물리적 키보드보다 현저하게 느렸고, 스마트폰 같은 소형 디바이스의 경우는 협소한 키보드 배열로 인해 오타가 자주 발생하는 단점을 가지고 안고 있었다.


이 같은 가상 키보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아이디어가 바로 가상 키보드에 물리적 키보드를 더한 융합 제품이다. 과거 경쟁적 입장에 있던 두 개의 키보드가 역발상을 통해 서로가 협력하는 동지 관계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가상 키보드에 물리적 스크린이 더해진 스파이크 키보드 ⓒ SoloMatrix

'스파이크 키보드(spike keyboard)’로 불리는 이 입력 장치는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폴더 형태의 물리적 키보드다. 글자를 입력하는데 있어서 아이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할 필요가 없고, 별도의 배터리도 필요 없는 완전한 물리적 방식의 액세서리다.


물론 스파이크 키보드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아이폰 사용자들은 원활한 타이핑을 위해 별도의 키보드 등을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런 액세서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블루투스 같은 무선 연결 시스템과 배터리 등이 필요했기 때문에 거추장스러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스파이크 키보드는 케이스와 일체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간편하고, 스마트폰과 어떤 연결도 없기 때문에 별도의 에너지 제공도 필요 없다. 사용방법도 무척 간단하다. 이 키보드의 크기와 위치가 아이폰의 가상 키보드와 동일하기 때문에, 스파이크의 키가 눌려지면 바로 아래에 위치한 가상키도 눌려지게 되는 원리다.


입력이 끝나고 나서 키보드를 뒤로 접으면 케이스 뒷면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아이폰의 전체 화면을 사용하고자 할 때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이 키보드는 솔로매트릭스(SoloMatrix) 사가 개발했는데, 컴퓨팅 전문 매체인 피씨월드(PC World)에서  그 해의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면이나 음악에 따라 변하는 요철 스크린


스파이크 키보드가 가상 키보드에 물리적 키보드를 더해서 터치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제품이라면, 지금 소개하는 스크린은 ‘스크린은 평면’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제품이다. 서로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스크린과 공기 실린더가 만나 신개념의 제품으로 변신했다.


스크린이 평면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면, 울퉁불퉁한 스크린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 제품은 울퉁불퉁한 스크린이다. 그렇다고 원래 스크린이 울퉁불퉁하게 생겼다는 것이 아니고, 장면이나 음악에 따라 스크린 표면이 들어갔다 나왔다하면서 변하는 이른바 ‘요철(凹凸) 스크린’이다.


예를 들면 백두산이 화면에 등장한다고 가정하면, 스크린 표면의 일부가 마치 산을 표현하듯 솟아오른다. 그러다 파도치는 동해 바다가 보이면 화면은 마치 파도가 일렁이는 듯, 스크린이 물결치는 모양을 만들게 된다.

요철 스크린의 원리 ⓒ Gemotion

지모션(Gemotion)이라는 이름의 이 스크린은 비춰지는 그래픽에 맞추어 화면이 튀어나오고 들어가는 살아있는 디스플레이다. 스크린 뒤에는 72개의 공기 실린더를 배열하여 독특한 입체 장면을 만들어 낸다.


이 스크린을 만든 도쿄대의 가와구치 요이치로(Kawaguchi Yoichiro) 교수는 1975년부터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컴퓨터그래픽스 작업을 해 온 이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스크린 표면에서 부딪히는 CGI 기술’이라는 이론을 기반으로 새로운 3D 디스플레이 분야를 발전시켜왔다.


지모션은 영상이 스크린에 투사되면 영상에서 추출한 이미지 데이터가 공기 실린더로 전송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린더는 이에 따라 스크린을 밀고 당기면서, 말 그대로 살아 움직이고 튀어나오는 비주얼을 만들어낸다.


이와 관련하여 요이치로 교수는 “스크린의 변천사를 요약해 보면 ‘시청각’을 거쳐 ‘가상현실’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사람이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햅틱(Haptic)’의 세상으로 스크린이 진화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지모션에서 보여지는 디지털 이미지란 결국 시청각적 정보와 이미지를 체화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발상 과학 (1) 없앴더니 더 좋아! ~less 제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