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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3) 앗! 실수가 성공한 비즈니스로

한글 인터넷주소와 드라이클리닝

핀란드의 10월 13일은 ‘실수·실패의 날’이다. 


지난 1년간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나 실패했던 사례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여, 다시는 그런 실수나 실패를 하지 않도록 반전의 기회로 삼으라는 취지로 기념일까지 지정한 것이다.

사소한 실수가 때로는 새로운 가치를 가져다 줄 때가 있다 ⓒ free image

지금 소개하는 ‘한글 인터넷 주소’와 ‘드라이클리닝’도 사실은 하찮은 실수가 뜻밖의 비즈니스로 이어진 역발상의 결과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실수를 사소하게 여기고 그냥 지나쳐 버렸지만,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지나치지 않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


의미 없는 영문 철자가 새로운 비즈니스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일이겠지만, 키보드로 한글을 입력할 때 모드(mode)가 영문으로 되어 있으면 의미를 알 수 없는 영어 철자들이 화면에 나타나게 된다. ‘과학’을 영문 모드에서 치면 ‘rhkgkr’으로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실수를 하게 되면 ‘뒤로가기’ 키보드로 지워버린 후, 한글 모드로 바꿔 입력 작업을 계속한다. 그런데 한 벤처기업이 이러한 실수를 오히려 한글 인터넷 주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화제를 모은바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인터넷 전문기업인 넷피아(Netpia)다. 이 회사가 개발한 한글 인터넷 주소는 의미 없는 영어문자로 인터넷 주소인 도메인을 등록하고, 실제로 사용할 때는 한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면 ‘브런치’를 .com 주소로 등록하고 싶은데, 이미 brunch.com이란 주소가 등록되어 있을 때, 브런치를 그대로 키보드에서 쳤을 때 나타나는 영문 철자인 ‘qmfjscl'으로 .com 주소를 등록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제 인터넷주소 관리기구인 ICANN에는 ‘qmfjscl.com’으로 등록되지만, 사용자가 주소창에서 ‘브런치.com’으로 치면 마치 한글로 된 주소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방법을 비즈니스로 연결하게 된 계기에 대해 넷피아 관계자는 두 가지의 이유를 들었다. 우선 한글 인터넷 주소 체계는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글 인터넷 주소를 검색할 수 있는 넷피아 검색창 ⓒ 넷피아

인터넷 주소를 .com이나 .net 같은 영문명이 아닌 ‘.한국’과 같은 한글로 표기하려는 움직임은 영문도메인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 비영어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시도가 인터넷 체계의 혼란만 가져올 것이라는 미국 및 ICANN의 입장과 인터넷 상용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국어 도메인 체제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비영어권 국가의 의견이 한동안 팽팽하게 맞서다 결국 2009년에 한글 인터넷 주소 체계가 승인되었다.


그리고 2011년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한글.한국’ 형식의 한글 도메인 등록이 개시되었다. 가령 예를 들어 인터넷 주소창에 ‘청와대.한국’나 ‘삼성.한국’을 입력하면, 청와대나 삼성그룹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같은 한글 인터넷 주소 체계는 활성화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한글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해외 사이트의 경우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하나의 계기는 .com이나 .net을 활용하는 주소의 이름을 이제는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어지간한 이름은 거의 등록이 되어 있는 상태라, 새로운 방식으로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넷피아의 관계자는 “기억하기 힘든 영문이 아니라 한글로 인터넷 주소를 찾아갈 수 있게 만든 이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 주소의 한글화를 촉진하는 성과를 거뒀다”라고 밝혔다.


세탁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드라이클리닝


한글 인터넷 주소가 21세기 인터넷 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였다면, 드라이클리닝은 19세기 세탁 산업의 새로운 시장을 연 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드라이클리닝은 물이 아닌 화학 용액을 이용해 옷감에 붙은 먼지나 때를 빼는 세탁 방법으로서, 이 세탁 방법 역시 사소한 실수로 탄생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한 염색 공장에서 청소하던 하녀 한 명이 실수로 염색 테이블에 등유 램프를 엎질러 버렸다. 램프에 있던 등유는 바로 염색약이 묻어 있던 테이블보로 쏟아졌는데, 희한하게도 등유가 흐른 자리는 원래의 하얀색으로 변했다.


당시 공장의 대표였던 장 밥티스트 졸리(Jean Baptiste Jolly)는 이 같은 테이블보 색의 변화를 지켜보다가 이를 세탁 법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역발상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실수에 불과했지만, 졸리는 이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세탁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이다.

세탁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드라이클리닝 ⓒ wikipedia

다만 초기 드라이클리닝의 경우 작업 도중 화재나 대형 폭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단점이 드러났다. 사용 용제인 등유나 휘발유 등이 인화성(引火性)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인화성이 떨어지면서도 세척력이 있는 용액을 찾기 시작했고, 1930년대에 와서야 과클로로에틸렌(Perchloroethylene)이라는 합성 화합물이 드라이클리닝에 적격인 용액임을 알게 되었다.


이 화합물은 인화성이 적고, 폭발 위험도 없고, 강한 세척력과 함께 옷감을 부드럽게 하는 성질을 지녀 드라이클리닝 시장이 급성장하는데 있어 많은 기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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