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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 (4) 반대로 감고, 거꾸로 접으니 와우!

반대로 감은 스프링과 거꾸로 접는 우산

“모두가 ‘예’라고 말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겠습니다”


예전에 한번쯤은 들어 보았음직한 모 회사의 광고 문구다. 당시 수많은 패러디물을 낳았던 이 광고 문구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모든 현상을 대함에 있어서 매사에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라는 것.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역발상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 free image

지금 소개하는 ‘반대로 감는 스프링’과 ‘거꾸로 접는 우산’도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역발상의 결과물이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기존 제조 방법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들에 의해 재해석되면서 새로운 제품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스프링을 반대로 감으면 물성 달라져


스프링의 장력(張力)이나 탄성 같은 물성(物性)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재를 교체하거나, 제조과정에 변화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그보다 훨씬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스프링의 감겨진 방향을 반대로 하여 감는 것이다.


도대체 속임수도 아니고, 어떻게 오른쪽 방향으로 감겨져 있는 스프링을 단지 왼쪽으로 감았다고 해서 물성이 달라질 수 있을까.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하여 상당한 금액의 기술료까지 받았다.


이 만화 같은 사례의 주인공은 KIST 기능금속연구센터의 지광구 박사다. 그는 과거 우연한 기회에 스프링의 감은 방향을 반대로 하면, 그 물성이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지 박사는 “어렸을 때 말려 있는 스프링을 풀어서 반대로 감아 보는 장난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라고 가정하며 “하지만 이런 장난이 스프링의 물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은 아무도 그 당시에 몰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밝힌 기술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스프링은 양쪽으로 잡아당길 때, 늘어나는 길이에 따라 당기는 힘도 비례한다. 많이 늘어날수록 수축하려는 힘도 그만큼 커지게 되는 것이다.

지광구 박사가 자신이 개발한 역회전 스프링을 설명하고 있다 ⓒ KIST

하지만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스프링은 이런 일반적인 물성이 아니다. 같은 크기, 같은 모양의 스프링이라도 수축력이 더 커야 하는 등 특별한 물성이 필요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그동안 스프링 소재의 재질이나, 탄성력을 조절하는 방법에서 그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지 박사는 스프링을 반대로 되감아 보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 결과 반대로 다시 감은 스프링은 변위(變位)의 크기와 상관없이 완전히 수축된 상태에서도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그렇다면 이런 물성의 변화가 스프링에게 어떤 장점을 제공할까? 예전에는 스프링이 보다 큰 힘을 내게 하려면 길이를 더 늘여야만 했다. 하지만 ‘거꾸로 스프링’은 그럴 필요가 없다. 늘일 필요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늘어날 공간도 필요 없다는 의미다.


반대로 기존 스프링과 같은 힘을 내려 한다면, 거꾸로 스프링은 그만큼 작게 만들 수 있다. 생산 공정이나 엔지니어링 현장에 있어서 이 같은 부품 물성의 변화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된다.


지 박사는 “이렇게 제작된 스프링은 교정용, 수술용 기구나 치열교정기 등에 응용할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특히 치열교정기의 경우 교정 중간에 스프링이 약해져서 매번 조여 주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비를 맞는 부분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우산


‘반대로 감아서’ 스프링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면, 지금 소개하는 우산은 ‘반대로 접어서’ 기존 우산의 불편함을 덜어낸 역발상 제품이다.


‘카즈브렐라(Kazbrella)’라는 이름의 이 우산은 영국의 디자이너이자 발명가인 제난 카짐(Jenan Kazim)이 개발했다. 비바람이 거센 영국의 지역적 특성과 문화를 반영하여 기존 우산과는 반대 방향으로 접을 수 있게 고안했다.

거꾸로 접히는 우산의 개요 ⓒ Kazbrella

카즈브렐라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접으면 비에 젖은 면이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고, 젖지 않은 면이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는 점이다. 비를 맞는 바깥 부분이 그대로 접히는 일반적인 우산과 달리, 이 우산은 이중 우산살 장치를 사용하여 접었을 때 비를 맞는 부분이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좁은 공간에서 접을 때 빗물이 주변으로 튈까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실내에 놓았을 때 빗물이 흐를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또한 이중 우산살 장치를 사용하면, 뒤집어 접히는 편리함뿐 아니라 다른 우산에 비해 튼튼하며 강풍에도 더욱 잘 견디는 강점이 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우산이 뒤집어 진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산살을 살짝 내렸다가 다시 올리면 빠르게 원형복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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