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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 (22) 불안하면 직접 만들어 먹으면 돼

인공적으으로 개발 중인 닭 없는 달걀과 젖소 없는 우유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을 판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에 대하여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그 일을 먼저 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사례들은 우리 주위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개인적인 관심이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가 의외로 사람들에게 유익함을 안겨다주는 경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 사용에 따른 달걀의 안전성 문제는 인공 달걀을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 npr.org

지금 소개하는 ‘닭 없이 만드는 달걀’과 ‘젖소 없이 만드는 우유’도 바로 ‘목마른 사람이 먼저 우물을 판다’라는 속담이 실제사례로 나타난 역발상의 결과물들이다. 항생제 사용에 따른 안전성 문제나 배설물에 의한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개인들의 희망사항이 안전하고 유용한 신개념 먹거리를 탄생시킨 원동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달걀보다 저렴하면서도 영양학적 가치는 높아


미국의 조시 테트릭(Josh Tetrick)은 환경이나 위생 등 사회적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진 청년이었다. 특히 사람의 먹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양계나 양돈 산업 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는데, 이들 모두가 전염병 같은 안전 문제나 오염을 양산하는 환경 문제 등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테트릭은 달걀의 경우 사람의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식품이지만, 그런 달걀의 대부분은 배설물이 뒤범벅 된 비좁고 지저분한 양계장에서 나온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다. 비단 환경적인 문제뿐 만이 아니다. 닭이 먹는 사료에 들어있는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등이 그대로 달걀에 전해져 사람의 건강마저 위협한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테트릭은 달걀이 가진 환경오염 및 위생 문제는 줄이면서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달걀의 단백질만은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오래전부터 찾기 시작했고, 그런 과정 속에서 일부 식물들이 달걀 내 단백질과 유사한 성분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햄튼크릭푸드(Hampton Creek Food)라는 식품제조 관련 스타트업을 설립한 테트릭은 본격적으로 단백질 탐색에 나섰다. 동료 연구진과 함께 2년 동안 전 세계 수천 여 종에 이르는 식물들의 단백질을 추출하여 분석한 끝에 마침내 달걀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단백질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비욘드에그로 만든 식물성 마요네즈 ‘저스트 마요’ ⓒ Berkley.edu

그 후 테트릭 대표와 연구진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다가 결국 실제 달걀보다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콜레스테롤이 없는 식물성 인조 달걀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달걀에 의한 알레르기 염려도 없었고 심지어 맛있기까지 했다. 바로 비욘드에그(Beyond Egg)다.


비욘드에그는 파우더 형태의 식품이다. 기존 달걀보다 비용은 저렴한 반면에 영양학적 가치는 더 높다. 물론 달걀처럼 요리도 가능하다. 이 제품이 처음 선을 보였을 때, 달걀 알레르기가 있거나 채식주의자, 그리고 고혈압 환자 등 평소 달걀을 먹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개중에는 유명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MS의 빌 게이츠나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그리고 영국의 전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 같은 세계적인 인물들이 비욘드에그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단지 비욘드에그를 즐기는 선에서 머무르지 않고 이 회사의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활발한 투자까지 병행하고 있다.


비욘드에그의 또 다른 장점은 마요네즈나 쿠키처럼 달걀을 이용하여 제조하는 가공식품들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햄튼크릭푸드는 비욘드에그를 이용하여 식물성 마요네즈인 ‘저스트 마요(Just Mayo)’와 식물성 과자인 ‘저스트 쿠키(Just Cokies)’ 등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우유는 시험관에서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영양


햄튼크릭푸드가 닭 없이 달걀을 만드는 회사라면, ‘무프라이(Muufri)’는 젖소 없이도 우유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라이언 판드야(Ryan Pandya)와 페르말 간디(Perumal Gandhi)는 모두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과학도들이다.


이들이 인공적으로 우유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육류와 유제품 소비가 기후 변화의 주요 요인이라는 점을 알고 나서부터다. 가축이 내뿜는 트림과 방귀 등의 가스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기후 변화를 억제하려면 인류가 고기와 달걀, 우유 등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점을 파악한 것.

우유는 간단한 화학구조를 갖고 있어서 생각보다 쉽게 시험관에서 만들 수 있다 ⓒ Muufri.com

하지만 육류와 유가공 분야의 소비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공동대표는 육류와 유가공 식품의 소비를 줄인다는 것이 현실적 관점에서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판드야와 간디는 인공적으로 우유를 만드는 방법을 떠올렸고, 수없이 많은 실험을 진행한 끝에 우유의 모든 성분이 함유된 합성우유를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은 먼저 젖소의 DNA를 효모 세포에서 배양한 다음, 진짜 우유와 같은 향이 나도록 조정한 식물성 유분을 추가하여 합성우유를 만들었다.


판드야 대표는 “우유는 매우 간단한 화학구조를 갖고 있어서 생각보다 쉽게 시험관에서 만들 수 있다”라고 밝히며 “물에 20여 가지 성분만 더하면 어느 누구나 즐겨 합성우유를 만들 수 있는데, 오는 2017년 까지 시판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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