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 분야의 쌍두마차라 불리는 하와이대의 짐 데이터(Jim Dator) 교수가 한 말이다. 과거에 나온 아이디어가 나중에는 시대를 앞섰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당시의 시각으로만 보면 황당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였을 것이라는 의미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하와이대의 짐 데이터 교수(우) ⓒ Hawaii.edu
지금 소개하는 ‘다리가 달린 레일버스’와 ‘외발 전기 스쿠터’도 현재는 다소 엉뚱하게 보이는 아이디어지만, 먼 훗날에는 대표적인 교통수단 관련 역발상 사례로 꼽힐 것으로 예측되는 발명품들이다.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성공 가능성이 적더라도, 미래에는 선구자적 교통수단으로 인정받으리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결과물인 것이다.
교통정체 해결해 줄 레일 열차
지난 5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하이테크 엑스포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신개념의 운송수단이 선을 보였다. 도로 양쪽 끝에는 레일을 깔고, 그 위에 5m 길이의 지지대를 단 2층 규모의 거대한 도심열차였다.
일명 ‘스트래들링(straddling) 레일버스’로 불리는 이 운송수단은 ‘다리를 벌리고 있다’라는 의미의 스트래들(Straddle)이란 단어에서 유래됐다. 스트래들링 레일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버스 몸체를 지지하고 있는 다리 사이로 택시나 버스와 같은 다른 교통수단들이 지나다닌다는 점이다. 이 같은 모습이 마치 터널이 움직이는 듯 보이기 때문에 스트래들링 레일버스는 ‘터널 열차’라고도 불린다.
이 레일버스는 지난 1969년 미국의 젊은 두 건축가가 처음 고안해 냈다. 그들은 당시 뉴욕의 교통정체를 해소할 방안을 궁리한 끝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바로 도로 양쪽 끝에 레일을 깔고, 그 위에 길고 튼튼한 지지대를 가진 열차를 달리게 하자는 것이었다.
‘랜드라이너(Landliner)’라는 이름의 이 열차는 아래로는 기존 교통수단에 방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시간마다 승객들을 태우고 내리게 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교통정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너무 시대를 앞서 나간 생각때문이었을까? 랜드라이너는 결국 실현되지 못한 채, 아이디어로만 존재하게 되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가던 랜드라니어가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 이르러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부활하기 시작했다.
스트래들링 레일열차의 특징은 다리 사이로 다른 교통수단들이 지나다닌다는 것이다 ⓒ High Tech Expo
중국 선전의 미래주차설비라는 회사의 창업자이자 수석연구원인 쑹유저우가 베이징에서 열린 하이테크엑스포에서 랜드라이너와 흡사한 스트래들링 레일버스를 들고 나온 것. 전시된 레일버스는 실제보다 축소된 모델이지만, 실제 크기로 따지면 60m 길이에 2.2m 높이의 거대한 규모라는 것이 쑹유저우 대표의 설명이다.
2층인 레일버스 몸체는 승객들이 탑승하는 공간이고, 다리 역할을 하는 지지대가 있는 아래층은 승·하차 공간이다. 레일을 따라 운행하다가, 정거장에 도착하면 열차 내에 장착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승객들이 승·하차를 하는 것이다.
스트래들링 레일버스는 전시되자마자 관람객들의 상당한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 이번 엑스포를 주최한 북경시의 관심은 대단했다. 독특하지만 약간은 우스꽝스럽게 생긴 이 운송수단에 북경시가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교통정체 때문이다.
매년 2천만대가 넘는 자동차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중국의 신차 시장을 고려 할 때, 북경시의 교통 악화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번 운행에 일반 버스 50대와 맞먹는 수송 능력을 가지고 있는 스트래들링 레일버스에 대해 북경시가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스트래들링 레일버스를 디자인한 쑹유저우 대표는 “레일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수송능력과 경제성”이라고 밝히며 “지하철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건설비용은 지하철보다 훨씬 저렴하고, 제작비용과 건설기간도 각각 지하철의 5분의 1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미래 교통수단의 조건은 휴대 간편성과 전환 용이성
스트래들링 레일버스가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으로 주목을 끌었다면, 지금 소개하는 ‘외발형 전기 스쿠터’는 사람들이 탑승자를 봤을 때 외발 자전거를 타는 서커스 단원인줄 착각할 수 있는 외관을 가지고 있다.
전기로 작동되는 이 외발 스쿠터의 이름은 ‘리노(RYNO)’로서, 최고 속도가 시속 40km에 불과하지만 90분 충전으로 80km 가량을 주행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심에서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미래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외발형 전기 스쿠터 ⓒ RYNO motors
외발이다 보니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외발 자전거의 경우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오랜 연습이 필요한 반면에 외발 스쿠터는 절대로 넘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를 개발한 리노 모터스측의 설명이다.
자세 제어 기술과 균형 센서가 탑재된 자동 균형유지 장치가 탑승자들로 하여금 균형을 손쉽게 잡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또한, 리노는 상체의 기울임을 통해 속도가 조절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탑승자가 몸을 앞으로 구부려 안장이 앞으로 기울여지면 자동으로 속도가 올라가고, 다시 안장을 뒤로 기울이면 속도가 줄어드는 원리다.
리노 모터스의 관계자는 “이렇게 외발형 스쿠터를 만든 이유는 미래 교통수단이 요구하는 조건인 휴대가 간편해야 한다는 점과 방향전환이 빨라야 한다는 점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하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현관에 비치하거나, 좁은 골목길에서의 방향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