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생각 없이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 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속담이다. 이 같은 행동은 스포츠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잘하는 선수가 하는 자세나 방법이라면, 그대로 따라 해야 좋은 기록이 나온다는 고정관념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분야도 고정관념화된 자세와 방법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 free image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높이뛰기의 역사를 새로 쓴 배면뛰기’와 ‘하늘을 더 오래 나르는 V자세 스키점프’는 이 같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남으로써 스포츠 분야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었던 역발상의 결과물들이다.
전 세계인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리우 하계올림픽’이 최근 대단원의 막을 내렸고,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최가 2년 뒤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 같은 스포츠 분야의 역발상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선수들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지금의 자세와 방법들이, 다음 올림픽에서는 또 어떻게 바뀌게 될 지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높이뛰기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배면뛰기
육상 분야에서는 ‘높이뛰기의 역사는 1968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1968년 개최된 멕시코 올림픽에서 높이뛰기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새로운 도약법이 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멕시코 올림픽 이전만 해도 높이뛰기 선수들은 ‘가위뛰기’와 ‘벨리롤오버(belly roll over)’라는 도약법으로 바(bar)를 넘었다. 가위뛰기는 양 다리를 바에 걸쳐 앉듯이 뛰어넘는 자세를 말하고, 벨리롤오버는 얼굴을 땅으로 향한 뒤 다리를 솟구쳐 뛰어오르는 자세를 말한다.
선수의 복부(belly)가 막대기 위를 구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벨리롤오버’로 불린 이 도약법은 등이 하늘로 보인다고 해서 ‘등면뛰기’라고도 불렸다.
그런데 1968년의 멕시코 올림픽에서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이상한 자세의 도약법이 등장하면서 관중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미국의 ‘딕 포스베리(Dick Fosbury)’라는 선수가 이전까지의 주된 자세였던 등면뛰기와는 달리, 배를 하늘로 향하게 하는 자세를 선보였던 것.
벨리롤오버(좌) 자세와 배면뛰기 자세 ⓒ Scienceall
마치 몸을 공중에서 거의 드러눕는 듯한 역발상적 자세로 바를 넘은 포스베리는 멕시코 올림픽에서 2m 24㎝의 신기록으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이 도약법은 그의 이름을 따 ‘포스베리 플롭(Fosbury Flop)’이라고 명명되었다.
우리에게는 ‘배면뛰기’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는 이 도약법은 그 후 높이뛰기 분야에서 신기원을 이루게 되었다. 물론 올림픽이 끝난 후 모든 선수들이 이 방법을 바로 따라하지는 않았지만, 1985년에 러시아 선수가 배면뛰기로 2m 40㎝의 신기록을 수립하고 나서부터는 현재까지 모든 선수들이 배면뛰기 자세만을 통해 높이뛰기 종목에 도전하고 있다.
배면뛰기 자세는 등과 허리, 그리고 다리를 뒤로 젖히면서 만들어지는 반원의 빈 공간을 활용하는 도약법이다. 이 공간에서 발생하는 무게중심의 변화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선수들은 자신의 키보다 더 높은 곳의 바를 넘을 수 있게 되었다.
흔히 점프가 좋아야 높이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국제대회에 나오는 선수들의 수준이라면 점프는 비슷비슷하다. 관건은 점프가 최정점에 달했을 때 바를 넘을 수 있느냐다. 배면뛰기 자세가 유리한 이유는 몸의 무게중심과 바의 간격이 가장 가까워 점프가 정점에 이를 때 바를 넘게 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V자세가 11자세보다 양력이 더 높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스포츠로 승화시킨 종목인 스키점프는 북유럽 지방의 전통놀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키점프가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 1924년 샤모니 대회부터다.
초창기라 할 수 있는 당시의 스키점프 영상을 보면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생소한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수들이 점프할 때 모두 손을 번쩍 치켜들고 다리와 발은 완전히 붙여 11자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손을 올리는 자세는 바람의 저항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져 손을 내리는 자세로 수정되었지만, 스키를 11자 형태로 만드는 것은 여전히 최고의 스키점프 자세로 여겨졌다.
V자세로 활강하는 스키점프 선수 ⓒ olympic.org
그런 고정관념이 깨어진 것은 80년대 스키점프 선수로 활약했던 스웨덴의 얀 보클뢰브(Jan Bokloev)에 의해서였다. 그는 스키의 뒷부분은 겹치도록 만들고, 앞부분은 최대한 벌리는 형태의 ‘V자세’를 취한 채 점프를 시도했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하늘을 나는 보클뢰브를 보면서 심판과 관중들은 비웃었지만, 그가 착지한 지점은 모두의 예상을 깬 엄청나게 먼 곳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기록이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했지만, 노르웨이에서 스포츠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실험실로 돌아온 연구진의 곧바로 풍동실험에 착수했고, 그 결과 V자세일 때가 스키를 나란히 하는 11자세일 때보다 양력(lift)이 최대 28%나 증가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양력은 힘은 받는 면적이 넓을수록 강한데, V자 자세가 힘을 받는 면적이 11자 자세보다 더 넓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V자세는 11자세보다 비행 거리를 10m 이상 늘려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보클뢰브도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자 다른 선수들도 이런 자세를 따라하게 되었다. 이후 1992년 알베르빌에서 열린 동계올림픽부터는 스키점프 종목에 출전한 모든 선수가 V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스키점프 자세로 이어져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