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25) '님비'를 '핌피'로 바꾸려면?

오리에서 백조가 된 하수처리장과 쓰레기소각장의 변신

님비(NIMBY)라는 단어가 있다. ‘Not In My Back Yard(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의 줄임말로, 지역이기주의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핵폐기물처리장이나 하수종말처리장, 또는 쓰레기매립장 같은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거부한다는 의미다.


이와는 반대로 핌피(PIMFY)라는 신조어도 있다. ‘Please In My Front Yard(내 앞마당에 들어와 달라’라는 문장의 줄임말로 모두가 선호하거나, 수익성이 있는 시설을 자신의 지역에 유치시키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쓰레기 매립장은 님비 현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혐오시설이다 ⓒ wikipedia

전혀 상반된 개념이지만, 어떻게 보면 님비와 핌피의 간격은 종이 한 장 차이라 할 수 있다. 혐오시설이 선호시설로 바뀌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혐오시설이 선호시설로 바뀔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에 과학기술이 접목되면 가능할 수도 있다.


지금 소개하는 ‘생태체험공원으로 변신한 하수처리장과 쓰레기매립장’ 및 ‘세계적인 환경 견학코스로 거듭난 쓰레기소각장’의 사례는 모두가 혐오하던 시설이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모두가 선호하는 장소로 변신하게 된 역발상의 결과물들이다.


기피대상 1호가 선호지역으로 급선회


오산시 누읍동 인근에 위치한 매립지는 1974년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했던 장소였다. 20여 년간을 이렇게 매립하다 보니, 코를 찌르는 악취와 지하수의 오염 등으로 인하여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주민들의 기피대상 1호로 통했다.


하지만 엎친데 덮친 격으로 누읍동과 인접한 지역인 오산동에는 제2하수종말처리장이 건설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었다.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만만치 않을 뿐더러, 이곳저곳에서 보이는 폐수가 미관상 좋지 않다는 선입견도 강했기 때문이다.


이에 오산시는 하수종말처리장과 쓰레기매립장을 하나로 연결하면서 그 위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역발상적 프로젝트를 주민들에게 제안했다. 지상에 건설하려던 하수종말처리장과 매립장을 지하에 배치하고, 지상에는 생태공원과 체육시설을 만들자는 것.

매립장 및 하수처리장 위에 조성된 생태체험공원 ⓒ 연합뉴스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오산시는 이후 8만 4000여㎡ 규모의 하수종말처리장과 매립장 부지 위에 자연형 폭포와 생태연못을 조성했고, 농구장과 배드민턴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까지 설치하면서 ‘오산맑음터공원’이라는 이름의 정식 생태공원을 발족시켰다.


오산시의 계획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허락을 해준 주민들도 현재는 가장 선호하는 1순위 장소로 오산맑음터공원을 꼽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오산의 자연환경을 한 눈에 관람할 수 있는 생태체험관인 에코리움(Echorium)이 문을 열어 주민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지상 4층의 전망타워와 생태학습 체험관으로 구성된 에코리움은 ‘물’과 ‘땅’, 그리고 ‘숲’과 ‘하늘’이라는 4가지 테마로 이루어져 있는데, 현재 주말 평균 방문객 수는 2천여 명, 연인원 70만여 명이 찾는 경기도의 대표 생태 학습체험관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친환경과 관련된 필수 견학 코스로 각광


우리나라의 오산시가 하수처리장과 쓰레기매립장을 생태공원으로 바꾸는 역발상에 성공했다면, 일본의 오사카시는 쓰레기소각장을 세계적인 환경 견학코스로 조성하는 역발상 사례를 만들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사카의 쓰레기소각장은 해안 부둣가 근처에 있는 마이시마(Maishima)라는 인공섬에 설치되어 있다. 하루 평균 900톤의 쓰레기를 소각하는 장소지만, 소각장을 상징하는 매연과 냄새 같은 부정적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친환경 시설로 유명하다.


하지만 첨단의 친환경 시설이라는 타이틀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마치 예술작품과도 같은 독특한 외관과 견학 코스들이다. 우선 ‘금색의 탑’이라 불려지는 소각장의 굴뚝을 비롯하여 시설 내 정원은 유치원이나 초등학생들이 생태학습을 하거나 그리기 공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게 조성했다.

소각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앤 마이시마 소각장의 전경 ⓒ japantimes.co.jp

님비 현상을 거의 볼 수 없는 일본이지만, 이 마이시마 소각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했을 때는 지역 주민들의 만만치 않은 저항을 받았다. 하지만 오사카시는 주민들에게 더럽고 냄새가 난다는 소각장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세계적인 환경 건축가에게 소각장 설계를 맡겨 그 약속을 지켰다.


마이시마 소각장이 예술작품과도 같은 기반시설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오스트리아의 생태미술가이자 환경건축가로 활동한 훈데르트 바서(Hundert wasser)의 영향이 컸다. 그는 엔지니어가 아닌 생태미술가로서의 관점에 입각하여 소각장 설계를 진행했다.


한편 오사카시도 훈데르트의 친환경적 설계에 걸 맞는 기술적 성과를 이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공장의 전기와 조명은 자체 생산한 전기로 가동했고, 소각 작업도 최대한 억제했다. 그 결과 남는 전력은 전기회사에 판매를 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타지 않는 쓰레기는 잘게 잘라서 분리한 뒤 비철금속으로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오사카시의 이 같은 노력은 결국 쓰레기소각장을 오사카 여행의 명소로 만드는 역발상 결과를 만들었다. 현재 마이시마 소각장은 일본 내에서도 전국 초중고생들의 환경 견학코스와 관광지가 되었고, 외국에서도 환경과 관련하여 인기 연수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발상 과학(24) 배가 하늘을 향하면 더 높이 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