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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 (26) 단단하지만 알고 보면 부드럽다?

휘어지고 팽창하는 다재다능 콘크리트

‘내유외강(內柔外剛)’이라는 말이 있다.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러울 때 사용하는 고사성어다. 외유내강(外柔內剛)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고사성어가 생긴 이유는 그런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 일반적으로 겉이 단단하면 속까지 단단하지, 부드러운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접목되면 내유외강의 물질로 변화시킬 수 있다 ⓒ liminality.org

하지만 과학기술이 접목되면 단단한 것도 부드럽게 되고, 부드러운 것은 단단하게도 변한다. 지금 소개하는 ‘구부러지는 콘크리트’와 ‘팽창식 돔을 만드는 콘크리트’는 바로 이 같은 내유외강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딱딱한 물성(物性)을 가진 콘크리트가 과학기술을 통해 부드러운 존재로 변신하는 역발상의 결과물인 것이다.


끊어지는 대신 휘어지는 콘크리트


콘크리트는 저렴하고 단단하며, 내구성이 뛰어난 건축 자재다. 도시를 이루는 수많은 빌딩이나 다리 등이 콘크리트의 도움 없이는 건설 자체가 불가능했던 만큼, 이 건축 자재는 현대 도시 문명을 탄생시킨 주역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콘크리트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 가운데 하나는 변형력(變形力)과 인장력(引張力)이 부족하다는 점인데, 어떤 때는 약간의 힘만 가해져도 균열이 생기면서 부서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같은 이유로 과학자들은 오래 전 부터 콘크리트의 물성을 변화시키기 위한 연구에 몰두해 왔다. 외부에서 힘이 가해졌을 때, 균열이 가는 대신에 일부 변형이 생기거나 구부러지는 특징만 갖게 된다 하더라도 건축 자재로서의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 콘크리트에 변형력과 인장력이 조금만 포함되어 있다면 건물이 부서지는 대신에 형태만 일부 변형되므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막대한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섬유재료의 혼합 여부에 따른 콘크리트의 변형력 테스트 ⓒ NTU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같은 콘크리트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했지만, 실제로 그 같은 성질의 콘크리트가 최근 싱가포르에서 개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콘플렉스페이브(ConFlexPave)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소재는 난양공과대의 연구진이 개발한 구부러지는 콘크리트다.


콘플렉스페이브는 기존 콘크리트에 강한 강도를 지닌 ‘폴리머 마이크로파이버(polymer microfiber)’라는 섬유소재를 투입하여 만든 새로운 콘크리트다. 이 섬유소재의 굵기는 사람 머리카락보다 얇지만, 강도가 높아서 매우 튼튼하다.


덕분에 강한 힘을 가해도 균열이 생기거나 부러지는 대신 구부러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물론 구부러진다고 해서 쉽게 휘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폴리머마이크로파이버가 콘크리트 사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존의 콘크리트보다 2배의 힘을 받아야 구부러질 수 있다.


난양공과대의 관계자는 “콘플렉스페이브 같은 특수 콘크리트는 강한 힘을 받아도 균열이 생기거나 부러지지 않아야 하는 구조물, 즉 내진 건물이나 교량, 그리고 도로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다만 장기적인 안전성과 내구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프로토타입의 구조물을 만든 후 3년 정도에 걸쳐 내구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빠른 설치가 가능한 팽창식 콘크리트 돔


싱가포르의 과학자들이 구부러지는 콘크리트를 개발 중이라면, 오스트리아 비엔나대의 과학자들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팽창식 돔(dome)을 연구하고 있어 건설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이 개발 중인 팽창식 돔은 강철 케이블과 철골 구조물을 이용해서 엮은 특수 강화 콘크리트를 이용한 팝업(pop-up) 방식의 건축물이다. 각각의 강화 콘크리트 판은 플라스틱 에어쿠션과 연결되어 있어 공기를 주입하면 돔 모양으로 펼쳐지게 된다.


연구진이 공개한 현장 테스트 동영상을 살펴보면 2.9m 지름의 돔을 팽창시키는데 2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각 콘크리트 판에는 균열처럼 보이는 주름이 존재하지만, 각각의 콘크리트 판 강도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콘크리트판과 에어쿠션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팽창식 콘크리트 돔 ⓒ Vienna Univ

이번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비엔나대의 요한 콜레거(Johann Kollegger) 교수는 “일단 팽창이 되기 시작하면 각각의 콘크리트 판이 이글루(igloo)처럼 서로를 지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매우 튼튼하다”고 밝히며 “지금까지는 2.9m 지름으로 테스트했지만, 이런 방식으로 건설할 수 있는 한계가 지름 50m에 달하는 만큼 훨씬 큰 구조물도 건설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팽창형 돔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건설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짧아서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이기 때문에, 소규모 강당이나 경기장 등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가벼운 무게를 지지할 수 있는 지지대의 역할까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도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팽창식 돔이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신속하게 건물을 건설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군사 기지를 건설한다든지, 임시 대피소를 세우는 것과 같은 일은 짧은 건설 시간을 요하되, 운영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팽창식 돔과 같은 건축물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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