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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 (27) 꿩을 먹고 나서 알도 먹으려면?

우유로 만드는 포장재와 과자로 만드는 커피잔

‘꿩 먹고, 알 먹고’라는 속담이 있다. 


하나를 통하여 두 개의 이익을 얻는다는 뜻으로서, 일석이조(一石二鳥)나 일거양득(一擧兩得) 같은 한자성어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맛있는 식품을 먹으면서 환경을 보호하거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할 때 ‘꿩 먹고, 알 먹고’란 표현을 쓸 수 있다.

맛있는 식품을 먹으면서, 환경도 보호할 수 있는 역발상 포장재들이 개발되고 있다 ⓒ Youtube

지금 소개하는 ‘먹을 수 있는 식품 포장재’와 ‘먹을 수 있는 커피잔’은 모두 이 속담과 같은 사례들이다. 먹을 수 있는 성분들로 포장재와 커피잔을 만들어 내용물인 식품과 커피를 즐기면서도 환경을 보호하고,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든 역발상의 결과물인 것이다.


단백질 활용 포장재로서는 세계 최초


식품 포장재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외부 오염으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여 신선도와 안전을 유지해 주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농무부 산하 동부지역연구센터는 우유 단백질로 만든 포장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페기 토마슐라(Peggy Tomasula) 박사는 “포장재를 우유 단백질로 만들었다는 것은 사람이 직접 먹어도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포장재를 상용화하면 식품이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더러 비닐을 매립함으로써 생기는 문제점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먹을 수 있는 포장재를 개발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녹말이나 탄수화물 성분으로 만들어진 포장재여서 단백질을 이용하여 만든 포장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이 새로운 포장재는 카제인(casein)과 레몬 껍질 등에 들어 있는 성분인 펙틴(pectin)을 섞어 만들었다. 오랫동안 카제인에 대해서 연구해 온 연구원들은 말린 우유를 필름처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뒤, 이 같은 포장재 개발에 도전했다.

카제인으로 만든 포장재에 들어있는 치즈 ⓒ ACS

투명한 이 포장재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방용 랩이나 혹은 비닐 포장재와 비슷하게 생겼다. 따라서 현재 치즈스틱이나 소시지 등을 포장하는 비닐 포장을 이 포장재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토마슐라 박사는 “치즈스틱이나 소시지 같은 식품에 이 포장재를 두르면 내용물과 포장재를 함께 먹는 것도 가능해진다”라고 언급하며 “포장에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을 첨가하여 ‘영양가’를 높인다거나, 향료 등을 첨가하여 다양한 ‘맛’을 낼 수도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이 포장재는 단순히 비닐 포장과 같은 형태만이 아니라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식품을 코팅하는 형태로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닐포장 보다 산소 차단이 더 효과적이어서, 음식물의 산화를 막는 일에 500배나 뛰어난 효과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토마슐라 박사는 “앞으로 끓는 물에 포장재와 함께 통째로 식품을 넣어 요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런 방법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소재의 포장재로는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이 해결해야 할 남은 과제는 바로 포장재의 보존 기한을 늘리는 것이다. 아무래도 단백질로 만든 포장재인 만큼 생물학적 분해가 빨라져서 짧은 기간에 썩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진은 보존 기간 연장에 역점을 두고 개발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싱 슈가 기술로 커피잔이 새는 것 방지


최근 들어 커피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커피 용기의 폐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부분 일회용 컵에 담아 마시다 보니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뚜껑이나 종이로 이루어진 컵 모두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데 대해 글로벌 커피회사인 체인점인 라바짜(Lavazza)의 임직원들은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다. 110년의 역사에 빛나는 이태리 프리미엄 커피브랜드지만, 환경오염에 일조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라바짜는 글로벌 제조디자인 전문업체인 사르디이노베이션사와 함께 손을 잡고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커피잔 개발에 들어갔다. 디자인의 컨셉은 잔을 버려 2차 오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쿠키로 만든 커피잔의 내부는 아이싱 슈가 기술이 적용되었다 ⓒ Lavazza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라바짜는 마침내 신개념의 커피잔을 선보였다. 바로 쿠키로 만들어진 ‘라바짜 쿠키컵(Lavazza Cookie Cup)’이었다. 이 잔은 에스프레소 전용 컵으로서 겉은 쿠키이고 속은 수분이 스며들지 않은 특수 설탕으로 코팅되어 있는 친환경 컵이다.


이 컵의 개발을 주도한 엔리케 루이스 사르디(Enrique Luis Sardi) 디자이너는 “일반적인 쿠키컵이라면 뜨거운 온도의 커피를 견디지 못하고 흐물흐물해지거나 녹아내리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우리는 수분이 스며들지 않은 특수 설탕으로 코팅하는 아이싱슈가 방법을 사용하여 컵이 누그러지는 현상을 막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쌉싸름한 에스프레소를 마신 뒤 달콤한 쿠키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일회용 커피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라바짜의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에스프레소를 담을 수 있는 조그마한 잔만 만들 수 있지만, 앞으로 기술개발이 좀 더 이루어지면 커피 체인점에서 사용하는 대용량의 크기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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