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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 (28) 밑빠진 독이 아이디어 상품?

히트 상품인 구멍뚫린 신발과 양면김치통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애를 써서 일을 하더라도 어떠한 보람이나 결과가 없는 경우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속담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접목되면 밑이 빠져있는 독이라 하더라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과학이 접목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도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다 ⓒ 광주동신여고

지금 소개하는 ‘구멍 뚫린 신발’과 ‘밑 빠진 김치통’은 모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과 정반대되는 사례들이다. 신발 밑창에 구멍이 뚫렸어도 발을 쾌적하게 보호할 수 있고, 김치통의 바닥이 빠져 있어도 싱싱한 김치를 먹을 수 있는 역발상의 결과물인 것이다.


방수와 투습이 동시에 가능한 소재를 신발에 적용


고어텍스(Gore-Tex). 옷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의류 소재다. 열이나 약품에 강한 테플론계 수지를 가열하여 만든 아주 엷은 막으로서, 자세히 살펴보면 미세한 구멍들이 형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고어텍스 하면 등산복이나 아웃도어 의류를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 이 소재는 항공우주용으로 개발되었다. 지난 198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콜롬비아호에 탑승하는 우주인들에게 고어텍스로 만들어진 우주복을 제공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소재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점차 군복이나 등산복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빗물이 내부로 스며드는 것은 막으면서도 배출되는 땀은 외부로 발산시켜주는 독특한 기능으로 인해 고어텍스는 기능성 의류 소재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소재가 국내의 한 유명 제화회사에서 개발한 ‘구멍이 뚫려 있지만 물이 새지 않는 신발’에 적용되면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구멍 뚫린 신발의 브랜드는 ‘고어텍스 서라운드(Gore-Tex Surround)’로서 금강제화가 개발했다. 신발 안쪽에만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했던 기존 신발들과는 달리, 이 제품은 내피와 밑창 등 신발의 모든 곳에 ‘고어텍스 멤브레인(Gore-Tex Membrane)’을 사용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입자의 크기 차이를 이용하여 방수와 투습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만든 고어텍스 신발 ⓒ 금강제화

이 소재는 6.25㎠당 90억 개 이상의 미세한 구멍으로 이뤄져 있다. 이 구멍들은 물방울 입자보다 2만 배 이상 작은 대신에, 수증기 분자보다는 700배 정도가 크다.


따라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비나 눈은 내부로 스며들지 못하지만, 반대로 몸에서 나는 땀은 수증기 상태일 때 밖으로 배출될 수 있다. 입자의 크기 차이를 이용하여 방수와 투습이 동시에 가능해지도록 만든 것이다.


이처럼 방수 및 투습이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통기성 또한 기존 신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신발 밑창에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에 내구성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신발 바닥에 외부 이물질로부터 사용자의 안전을 보호 할 수 있는 견고한 망사 소재가 부착되어 있다는 것.


금강제화의 관계자는 “단단한 압축 부직포인 프로텍티드 레이어(Protected Layer) 망사 소재가 고어텍스 멤브레인 위에 덧대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발바닥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싱싱한 김치맛을 간단하게 제공하는 양면 김치통


고어텍스 서라운드 신발이 바닥에 형성된 구멍에도 불구하고 쾌적한 발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어준다면, 김치저장용기인 백앤락(Back & Lock)은 밑바닥이 완전히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싱싱한 김치맛을 제공하고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위아래가 뚫려있는 양면 김치통 ⓒ 백앤락

김치통의 밑바닥이 빠져 있다는 것은 위와 아래가 모두 터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윗부분이야 뚜껑을 열고 닫아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뚫려 있어야 하지만, 어째서 바닥까지 없앤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바로 식사 때마다 국물이 촉촉하게 밴 싱싱한 김치를 식구들에게 제공하려는 주부들의 행동양식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부들은 김치통에서 김치를 꺼낼 때 바닥에 있는 포기를 꺼낸다. 바닥에 있는 김치 포기들이 국물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위에 있던 것보다 더 싱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래에서 포기를 꺼낸 다음에는 위에 있던 김치 포기들을 다시 아래로 보내기 위해 뒤적거리는 작업을 한다. 김치 포기의 양이 많지 않을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양이 많을 때는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다.


백앤락의 연구진은 이 같은 주부들의 행동양식에 주목했다. 보다 손쉽게 싱싱한 김치맛을 볼 수 있는 김치통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간단하지만 획기적인 김치통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바로 위와 아래 모두에 뚜껑이 달려 있는 ‘양면 김치통’이었다.


양면 김치통의 특징은 뒤집어 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김치 포기를 꺼낸 후 뚜껑을 닫고 뒤집어 주면 기존의 위에 있던 포기들이 아래로 내려가게 되고, 자연스럽게 국물에 잠기게 된다. 예전처럼 포기를 꺼낸 후에 남은 포기들을 국물에 잠기도록 하기 위해 뒤적일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혹시라도 국물이 새는 경우를 우려하는 소비자들에게 백앤락의 관계자는 절대 그럴 염려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초강력 실리콘 수지가 국물이 새는 것을 방지하고, 2만 번의 개폐실험을 통해 국물이 새지 않는 용기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증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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