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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다는 것

‘책’을 쓴다는 것과 글을 쓴다는 것은 다르다. 글은 철저히 사적일 수 있다. 그저 자신의 감정과 감상, 욕망의 파편을 나열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은 그럴 수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내게 책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적이면서 동시에 공적인 일이다. 사적인 것은 무엇인가? 에둘러 말할 것 없다. 책은 나의 생계다.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기에 책은 나의 생계이다. 이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책이 생계인 것만은 아니다. 만약 책을 생계만으로 쓴다면, 그것은 자신의 감정과 감상, 욕망의 파편을 나열하는 것만큼이나 사적인 글로 전락하게 된다.   

   

 나에게 ‘책’은 공적인 활동이다. 세상의 모든 철학자와 인문주의자에게는 의무가 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무. 수많은 선배 철학자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그 의무를 묵묵히 수행해왔다. 나 역시 그들의 의무 덕에 지금 이 자리에 있다. 그러니 나 역시 그런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존경하는 선배 철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돈이 되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나 역시 책을 씀으로서 그 의무를 다하고 있다.    

   

 나는 내가 아프고 죽어갈 때도 ‘책’을 쓸 것이며, 나의 소중한 이들이 아프고 죽어갈 때도 ‘책’을 쓸 것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나의 ‘생계’이며 나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생계’와 ‘의무’는 어떤 경우에도 게을리 할 수 없다. 나는 ‘책’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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