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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미소 한 번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 바로 여기에 온 마음을 쏟아야 한다.諸行無常 不放逸精進” 


 부처의 마지막 가르침 중 하나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 이것은 부처가 처음 불교를 이론화했을 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불교 이론의 근간이다. 제행무상! 얼마나 자주 보았고, 얼마나 자주 떠들었던 말인가. 


 헛웃음이 난다. 정작 중요한 것을 그토록 긴 시간 놓치고 있었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제행무상이 아니라  그것에 온 마음을 쏟는 것이다. 무상은 앎에서 중요할 뿐이다. 정작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상에 온 마음을 쏟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온 마음을 쏟아 무상을 명료하게 보는 것. 이것이 부처의 마지막 가르침이었다. 그것이었구나.   


 무상을 알려고 긴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무상을 알기만 했을 뿐, 보지 못했다. 아니 보지 않았다. 무상이 찾아오려할 때 온 마음을 쏟지 못하고 얼마나 쉽게 고개를 돌려버렸던가. 이제 무상을 아는 것은 그만하고, 무상에 온 마음을 쏟으려 한다.


 꽃 한 번, 산책 한 번, 바람 한 번, 파도 한 번, 보름달 한 번, 사진 한 번, 스치는 미소 한 번. 영원할 것만 같았던 것들은 속절없이 소멸하고 있다. 지독히 아프더라도, 고개 돌리지 않고 무상에 온 마음을 쏟으려 한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을 앎이 아니라 삶에 새기려 한다.


 모든 것은 순식간에 사라질 덧없는 것이기에 그 모든 것이 그토록 소중하다는 것을 진정으로 마주보려正覺 한다. 모든 것은 순식간에 사라질 덧없는 것이기에 그 모든 것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진정으로 마주보려正覺 한다. 이제 하릴없이 그럴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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