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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의식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피해의식없는 척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


피해의식은 가치중립적이지만 그 효과가 매우 부정적이기에, 피해의식을 그냥 내비 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과도한 피해의식은 어떤 식으로든 극복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사람들과의 소통을 막는 과도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이야기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피해의식 쩌는 인간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순간순간 과도한 피해의식이 터져 나오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건, “나는 피해의식 같은 건 없어!”라고 확신한다는 것이다. 피가 철철 나는데, 정작 본인은 안 아프다고 우겨대는 사람을 치료해줄 방법은 애초 없다.


 그러니 피해의식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우선 자신이 겹겹의 피해의식에 둘러싸여 있다는 걸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뭐냐? 피해의식을 끝까지 밀고 나가보는 것이다. 의아하게 들릴 수 있으니 내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한동안 피해의식 ‘쩌는’ 사람이었다. 예전에 살이 쪘을 때(100kg 나갔다)는, 누가 살찐 사람에 대한 부정적으로 말하는 늬앙스만 풍겨도, 대뜸 “살 찐 게 죄냐? 넌 왜 그렇게 사냐?”며 쏘아 붙였다. 또 직장을 그만두고 돈이 없을 때, 누가 “결국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 아니야?”라고 말할 때, “자본주의에 포획되어서 사는 노예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래서 네가 천박한 거야!”라고 날선 인신공격을 해댔다.


 내가 그렇게 상대를 쏘아붙인 이유는 살찐 사람의 인권을 위해서도, 자본주의 너머 대안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나의 ‘쩌는’ 피해의식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많은 인간관계가 파탄나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 잘한 건 있다. 내 감정(피해의식)에 정직했단 것이다. 피해의식에 정직하느라 소통 불가상황을 만들어서 많은 관계가 틀어졌지만 그 사이에 내겐 변화가 생겼다. 피해의식을 꽁꽁 감춰두지 않고 다 토해내고 나니, 피해의식이 예전보다 훨씬 옅어졌던 거다. 예전의 피해 의식 시뻘건 붉은색이었다면, 한참을 피해의식을 토해내고 나니, 그 색깔이 붉으스름한 옅은 색이 되어 있었다.



 많은 관계를 파탄 내어가고 있는 어느 날, 신기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뚱땡이들은 다 죽어야 돼!”라는 몰상식한 이야기에도 시큰둥해졌고, “너 요새 돈을 벌긴 버냐?”는 노골적인 질문에도 “당연히 못 벌지. 그러니 밥은 네가 사라”라고 말할 정도로 담담해져있었다. 예전 같으면 멱살이라도 잡았어야 할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피해의식을 끝까지 밀어붙이다보니 되려 자신을 긍정하게 된 것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어쩌랴? 내가 뚱뚱한 것을” “그래, 돈은 잘 벌리지 않는구나”라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게 되었다. 이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부정하고 포기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렇다. 피해의식은 가능한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피해의식 없는 척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 피해의식 없는 척하느라 눌려놓은 그 피해의식은 어디서 터져 나올지 모른다. 그건 자신을 만성 불안증에 몰아넣을지도 모르겠다. 아닌 척해도 그 피해의식을 자신만은 분명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피해의식의 극복은 피해의식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용기 있게 표현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안다. 피해의식을 표현하면 발생할 그 수많은 문제들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뭐든 하면 늘게 마련이다. 능숙하고 세련되게 연애를 하는 사람들을 생각보자. 그들 역시 첫 사랑에는 투박하고 거칠게 들이 대다 많은 상처를 주고 또 받았을 게다. 피해의식 또한 마찬가지다. 처음에 피해의식을 표현할 때는 투박하고 거칠 수밖에 없다. 피해의식이란 게 그런 거니까. 하지만 그 과정을 피하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의식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세련될 것이고, 마침내는 피해의식으로부터 자유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다. 믿어도 좋다. 절절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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