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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언어화, 대의의 생계화

‘철학’은 무엇인가? ‘진리’와 ‘언어’ 사이의 틈을 메워가는 일이다. 진리와 언어 사이에는 늘 좁힐 수 없는 틈이 있다. ‘진리’는 ‘말할 수 없는 것’이고, ‘언어’는 ‘말’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야 하는 일이다. 사랑이 무엇인가? 이 사랑의 진리는 결코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철학’은 이 ‘말할 수 없는 것’(사랑)을 끝끝내 ‘말’(언어화)하려는 일련의 지난한 과정이다.    

  

 ‘철학’은 ‘삶’과 닮아있다. ‘삶’은 무엇인가? ‘대의大義’와 ‘생계’ 사이의 틈을 메워가는 일이다. ‘철학’이 ‘언어’에만 목을 맬 때 그것은 이미 ‘철학’이 아니다. 또한 ‘철학’이 ‘진리’에만 목을 맬 때 공허한 이상주의가 된다. ‘삶’ 역시 정확히 그렇지 않은가? ‘삶’이 '생계'에만 목을 맥을 맬 때, 그것은 이미 ‘삶’이 아니다. 또한 ‘삶’이 ‘대의’에만 목을 맬 때, 허망한 이상주의가 된다.     


 ‘철학’이 ‘진리’와 ‘언어’ 사이의 틈을 메워가는 일이듯, ‘삶’은 ‘대의’와 ‘생계’ 사이의 틈을 메워가는 지난한 과정이다. 말할 수 없는 ‘진리’,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대의’ 그것은 저 멀리 있다. 그래서 말할 수 있는 ‘언어’와 먹고 사는 ‘생계’로는 쉬이 그곳에 가닿을 수 없다. ‘철학’과 ‘삶’이 늘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진리-언어, 대의-생계 사이의 그 좁힐 수 없는 간극을 늘 마주해야 하는 까닭이다.      


 ‘철학’은 ‘삶’이고, ‘삶’은 언제나 ‘철학’이다. 진정으로 ‘철학’을 하고 싶다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그 불가능한 시도를 멈춰서는 안 되며, 진정한 '삶'에 이르고 싶다면 ‘대의’를 이루려 열망을 ‘생계’ 안으로 포섭하려는 그 불가능한 시도를 멈춰서는 안 된다. 오직 그 불가능한 시도, 아니 그 끝 없는 긴장 속에만 '철학'과 '삶'이 존재한다.


 ‘진리’만을, ‘언어’만을 보는 자 혹은 그 둘 모두 보고 있지 않은 자는 결코 ‘철학’에 가닿지 못할 것이다. ‘대의’만을, ‘생계’만을 보는 자 혹은 그 둘 모두를 보고 있지 않은 자는 결코 ‘삶’에 가닿지 못할 것이다. '진리'와 '언어'를 함께 고민하는 이들과 함께 '철학'을 하고, '대의'와 '생계'를 함께 고민하는 이들과 함께 '살고' 싶다. 진리의 언어화! 대의의 생계화! ‘철학’과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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