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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함을 쫒던 시간이 남긴 건, 사람.

아프고 괴로운 기억도 좋은 사람으로 인해 소박하고 애틋한 추억이 된다

직장생활을 7년 했다. 일? 꽤 잘했다. 맡은 업무에 대해 최고의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다. 돌아보면 내 직장생활 7년은 유능함을 정신없이 쫒던 시간이었다. 그때 내가 싫어했던, 아니 혐오했던 부류가 있다. ‘사람’, ‘인간관계’, ‘정’ 같은 이야기를 떠드는 부류들이었다. 그들은 정확하고 빈틈없이 일처리를 하려고 하는 나에게 “일보다 사람이 더 중요해” “직장에서 중요한 건 인간관계야!” “직장도 사람 사는 곳인데 정이 있어야지”라고 말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무능함 혹은 안일함을 ‘사람’, ‘인간관계’, ‘정’으로 땜빵 하려고 했었다는 걸. 왜 그리 무능하냐고, 왜 그리 안일하냐고, 왜 그리 비겁하냐고 따져 묻느라, 그들과 얼마나 많이 싸웠던가. 그 사이에 나는 크고 작은 상처 받았고, 그들 역시 나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게다. 너무 날카로웠기에 서로에게 너무나 많은 생채기를 냈다. 그 상처에 지쳐갈 때쯤, 나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7년의 직장생활을 접었다.



 직장을 나온 뒤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만큼 내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사이에 예전과 달라진 생각도 많다. 그 중 하나가 유능함과 사람에 관한 생각이다. 미친놈처럼 유능함을 쫒던 7년이 내게 남 건, 좋은 사람 한 명이다. 유능함을 쫒아왔지만, 남은 것은 사람이었다. 함께 마음을 터놓고, 울고 웃었던 한 사람. 이 역설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와 소주 한 잔을 하며 하는 옛 이야기는 내게 남겨진 거의 유일한 직장의 즐거운 추억이다.


 아프고 괴로운 기억도 좋은 사람으로 인해 소박하고 애틋한 추억이 된다. 그게 직장생활 7년과 반 백수 글쟁이 4년을 넘어오면서 알게 된 것 사실 중 하나다. 그래서 이제 안다. 삶을 잘 산다는 건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걸. 또 삶의 시작도, 끝도, 그 사이에도, 모두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사람이 그립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 싶다. 다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리운 사람일까?” 찬바람이 그치기 전에 아직 전해주지 못한 몇 권의 책을 들고, 그에게 소주 한 잔 얻어먹으러 가야겠다. 돈은 그가 더 잘 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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