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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설탕’을 좋아하는 ‘너’, 그런 ‘너’를 좋아하는 ‘나’


“사랑은 설탕처럼 달콤하다”는 진부한 수사를 다시 생각해 본다. 설탕은 영양소가 전혀 없다. 오히려 설탕을 분해하려면 비타민과 미네랄을 소모해야 한다. 설탕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오직 달콤함 뿐이다.


사랑은 ‘설탕’이구나. 사랑이 왜 달콤한 것인지 알겠다. 그 달콤함은 대가 없는, 아니 어떤 것들을 소모해야지만 맛볼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설탕’은 달콤함 이외에 어떤 것도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달콤함은 많은 유용한 것들을 소모해야지만 얻을 수 있다. ‘나’를 소진해서 ‘너’에게 가닿으려 할 때만 ‘설탕’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


‘나’는 ‘설탕’을 좋아하는 ‘너’를 왜 그리 다그쳤을까? 우리 몸은 ‘설탕’의 달콤함을 위해 많은 것들을 소진해야 한다. 그 소진을 견딜 수 있는 이들만 달콤함을 맛볼 수 있다. 만약 그 소진을 감당할 수 없다면 ‘설탕’은 독이 되어 돌아온다. 이것이 아무나 사랑할 수 없고, 또 사랑을 하려면 긴 시간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겠지.


‘너’는 그리고 ‘나’는 그 준비를 해왔던 것일까? ‘설탕’을 좋아하는 ‘너’는 충분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있을까? 그것을 만들고 있을까? 그런 ‘너’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충분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있을까? 그것을 만들고 있었던 걸까? ‘설탕’의 달콤함을 바라는 ‘너’와 ‘나’는 조금씩 더 씩씩하고 튼튼해져야만 한다. ‘설탕’이 독이 되지 않도록, 달콤함이 너무 빨리 끝나지 않도록, 조금 더 오래 달콤함에 머무를 수 있도록.


‘너’도 ‘나’도 소진해야 할 ‘비타민’과 ‘미네랄’이 충분히 마련해 두기를. 그렇게 ‘설탕’의 달콤함을 조금 오래 누릴 수 있기를.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설탕’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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