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The Girl Who Leapt Through Time, 2007) 호소다 마모루
*호소다 마모루 :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대표작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2007』 『썸머워즈, 2009』 『늑대 아이, 2012』 『괴물의 아이, 2015』 『미래의 미라이, 2018』 『용과 주근깨 공주, 2021』 등이 있다.
마모루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을 잘 표현한다고 평가받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이는 마모루가 지향하는 작품 세계가 ‘인간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테다. 마모루는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만화적 상상력으로 답하려는 감독이다,
『늑대 아이』에서 늑대와 인간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두 아이 ‘유키’와 ‘아메’, 그리고 그 아이들을 길러내는 부모의 마음을 잘 그려낸다. 모든 아이는 모두 ‘늑대’적인 동시에 ‘인간’적이다. 우리는 좌충우돌하며 그 시기를 지나 ‘어른’이 된다. 어떤 아이(동생, ‘아메’)는 ‘늑대’로 남고, 또 어떤 아이(누나, ‘유키’)는 ‘인간’이 된다. 시간이 지나 ‘인간’은 ‘늑대’를 만나고, ‘늑대’는 ‘인간’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이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렇게 부모가 된 어른(엄마, ‘하나’)은 다시 ‘늑대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다.
‘아메’는 늑대가 되어서 산으로 들어가고, ‘유키’가 인간이 되어 사회로 들어간다. 마모루는 이 모습을 통해, ‘아이’가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아이’는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본성을 발견하고, 그 본성에 어울리는 무리를 찾을 때 ‘어른’이 된다. ‘하나(엄마)’는 너무 일찍(이라고 모든 부모는 느낄 수밖에 없다) 늑대를 선택한 아이를 보며 미어지는 마음을 누르며, ‘아메’를 거친 산으로 보내준다. 마모루는 이 모습을 통해 ‘여자(남자)’가 어떻게 ‘부모’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소중한 것들을 항상 곁에 두려는) ‘여자(남자)’는 가장 소중한 존재가 자신의 길을 갈 수 있게 손을 놓아줄 때, 비로소 ‘부모’가 된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나올 때이다. ‘아이’는 모두 ‘타임리프’ 능력을 갖고 있다.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어디든 자신이 원하는 시간으로 갈 수 있다. ‘아이’가 ‘타임리프’ 능력이 곧 철저한 ‘고립’의 세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자신만의 시간 속에 있을 때, 세계는 흑백 영상처럼 모든 타자가 멈춰버린 세계다. 그곳은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고립’의 세계다. ‘아이’가 자신만의 시간 속에서 나와 그 ‘고립’의 세계를 벗어날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타임루프’ 횟수가 0이 되었을 때, ‘마코토’가 비로소 ‘어른’이 된 것처럼.
‘아이’는 언제 사랑할 수 있게 되는가? 시간을 되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다. 첫사랑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마코토’다. 그런 그녀는 ‘타임리프’ 능력으로 그 혼란한 상황을 ‘보류’시킨다. 미숙해서 서툰 ‘아이’의 마음이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워 주어지는 상황을 ‘보류’할 수밖에 없는 마음. ‘마코토’는 사소한 일에 ‘타임 리프’ 능력을 다 써버렸다. 이제 더 이상 ‘타임리프’를 할 수 없게 된 ‘마코토’는 ‘치아키’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한 인간이 성숙해서 사랑을 알아가는 모습 아닌가? 마모루는 더 이상 세계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려고 하고, 더 이상 삶을 ‘보류’하지도 않게 되는 한 소녀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통해 인간으로 성숙한다는 것, 한 인간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신 나름으로 답하고 있다. 이것이 마모루가 내어놓은 인간답게 사는 모습이다. 아픔을 넘어 인간에 이르는 모습.
사랑은 시간을 넘어서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 마음은 시간을 넘어서 당장 ‘너’를 만나러 가려는 마음이 아니다. 시간을 넘어서 ‘너’를 기다리는 마음이다.
1.
모든 사랑은 첫사랑인 걸까?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모를 수 있었을까? 벤치에 누워있던 네 모습은 그 봄날의 햇살보다 눈부셨다. 네가 써준 쪽지들의 작은 글자들마저 빛날 만큼.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던 네 모습은 한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너의 작은 허밍들을 듣고 있을 때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 것처럼 느껴질 만큼. “오빠도 음악을 좋아하게 될 거야.” 너는 마치 미래에서 온 것처럼, 내가 모르는 내 마음 까지 헤아려주었지. 그저 그렇게 너는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나는 시간을 계속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서툰, ‘마코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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