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by 황진규의 철학흥신소
인간의 고유성, 뇌와 신경계의 발전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흔히 ‘생각’(사유)이라고 답한다. 쉽게 말해, 인간은 복잡한(형이상학)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동물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바로 뇌와 신경계의 차이다. 인간은 여느 동물들보다 압도적으로 발전된 뇌와 신경계를 갖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인간은 복잡한 사유를 할 수 있고, 동물은 그럴 수 없다. 이 뇌와 신경계의 발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베르그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자.


신경계통이 발전할수록 더 수가 많고 더 멀리 떨어진 공간의 점들을 항상 더 복잡해지는 운동 장치와 관계 맺게 해준다. 『물질과 기억』 앙리 베르그손


개와 인간을 예로 들어 보자. 인간은 개보다 뇌와 신경계가 발전한 존재다. 이는 인간이 개보다 더 멀리 떨어진 항과 더 많은 항을 연결 지을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인간은 (그 항들을 연결할 수 있는) 더 복잡한 운동 장치로서의 몸을 갖고 있다. 개는 땅에 떨어진 물건이나 앞발을 들어서(혹은 뛰어올라서) 닿을 수 있는 공간에 있는 물건들만을 연결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인간은 자동차나 사다리를 통해 더 멀리 있는, 더 높이 있는 항들을 손쉽게 연결 지을 수 있다. 심지어 인간은 스마트폰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들과도 순식간에서 관계 맺을 수 있지 않은가? 뇌와 신경계가 극도로 발전한 인간은 “더 수가 많고 더 멀리 떨어진 공간의 점들을” 연결할 수 있는 복잡한 운동 장치로서의 몸을 갖고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인간과 동물의 근본적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차이에는 더욱 심층적인 의미가 있다.


evolution-4107273_1280 (1).jpg


인간의 고유성은 ‘자유’에 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자유’다. 동물에게는 ‘자유’가 없고, 인간에게는 ‘자유’가 있다. 더 멀리 있는, 더 많은 항들을 연결할 수 있는 복잡한 운동 장치(몸)를 갖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더 넓은 ‘선택의 폭latitude’을 갖는다는 것이다. 더 넓은 선택의 폭을 갖는 것, 이는 곧 ‘자유latitude’를 의미한다. 베르그손은 ‘자유’를 ‘freedom’이나 ‘liberty’가 아닌 ‘latitude’로 표현한다.


‘latitude’는 지리학에서 자주 쓰는 용어인데, 위도 혹은 위도상으로 본 지역(공간)을 의미한다. 베르그손은 이를 ‘자유’로 표현했다. 즉, 어떤 지역 안에서 연결할 수 없었던 항들을 연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바로 ‘자유’라는 것이다. 이는 ‘자유’ 개념을 직관적으로 설명해 준다. ‘자유’란 선택의 폭을 확장하는 것을 의미하니까 말이다. 이에 대해 베르그손은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하여 그것(복잡한 운동 장치)이 우리 행동에 남겨주는 자유latitude가 넓어진다. 신경계의 완벽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실로 이루어진다. 『물질과 기억』 앙리 베르그손


‘자유’는 어떻게 넓어지는가? “신경계의 완벽성이 증가”함에 따라서다. 즉, 뇌와 신경계의 발전으로 인한 복잡한 운동 장치(몸)를 이루는 만큼 “자유가 넓어진다.” 인간과 아메바(원생생물)를 생각해 보라. 인간이 아메바와 다른 점은 신경계통이 압도적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에 있다. 한 생명체(원생생물)가 고등동물로 진화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각할 수 있는 공간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황진규의 철학흥신소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글을 짓고, 철학을 합니다.

1.3만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변덕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