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공방을 하는가?

내가 '스판스틱 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이유


나는 좋은 책도 읽고 싶고, 무엇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여러 전시도 가고 싶고, 낮에 한가한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산책도 좋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좋다. 남들도 다 좋아할 보편적인 일들을 나도 좋아한다. (TV 보는 거랑 연예인 얘기하는 거 빼고.)


물론 위에 늘어놓은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항상 하고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가끔 어떤 때에 내가 마음먹고 노력하면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건, 하고 싶은 일들 자체라기보다 그것들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는 그 ‘가능성’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느낄 때 우울하다. 특히 사소한 거라고 생각되는 일 조차 하고 싶을 때 하지 못하면 너무 우울하다. 지금 할 수 없는 그 일을, 또는 그럴 수밖에 없는 그 상황을 ‘정상적 삶’이라는 이름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 마음이 지친다. 하고 싶은 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할 수 없는 상태의 무기력함. 이 무기력함을 버티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힘든 일이 아니라, 살 수 없는 정도의 괴로움이었다.


내가 ‘스판타스틱 플레이스’라는 공방을 열었을 때, 누군가는 ‘용기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내게 그건 ‘용기’가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잘나서 ‘용기’를 내는 것이 아니라, 무기력에 잠식당해 서서히 죽어가지 않기 위한 ‘생존’의 문제. 나는 무기력 앞에서 한 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걸 알고 있기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서울, 평일 낮 시간, 사람이 적을 때, 그 시간에 무언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를 긍정하며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 그런 일을 위해, 그런 삶을 위해, 나는 ‘스판타스틱 플레이스’라는 공방을 열었다.



좋아하는 일은 또 다른 좋아하는 일을 부른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옳았나보다. 요즘 나는 당구와 작곡을 배우고 싶고, 좋은 음악과 좋은 책을 많이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고, 태국과 멕시코도 가보고 싶고, ‘버닝맨’도 가보고 싶다. 몇 달 후가 될지, 몇 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그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의 그 가능성은 나의 공방 ‘스판타스틱 플레이스’에서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글 신윤정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싶은,

사업가와 아티스트의 경계에 서 있는,

미술공예를 가르치고 있는,

공예품을 만들고 있는,

철학흥신소에서 철학을 배우는,

사람이에요.


0507-1447-5593

spantasticpl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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