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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신'

신=실체=자기원인=무한

신이란,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 즉 모든 것이 각각 영원하고도 무한한 본질을 표현하는 무한한 속성들로 이루어져 있는 실체라고 나는 이해한다. (제 1부, 정의 6)     


스피노자는 신이란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라고 말하면서 신에 대해 이렇게 부연하고 있다. “영원하고 무한한 본질을 표현하는 무한한 속성들로 이루어져 있는 실체” 즉, 신은 실체인데, 영원하고 무한한 본성(본질)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이 본성을 무한한 모습(양태)으로 표현까지 할 수 있는 실체다. 영원하며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실체, 그것이 신이다. 수식어를 붙이고 있긴 하지만 결국 ‘신=실체’라는 말이다.



실체의 본성에는 존재가 속한다. (제 1부, 정리 7)     


 여기서 스피노자의 생각을 하나 더 알 수 있다. ‘신=실체’인 동시에 ‘실체=자기원인’이다. 자기원인은 “본질(본성)이 존재를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체의 본성에도 이미 존재가 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논리적으로 ‘실체=자기원인’이다. “하나의 실체는 다른 실체들로부터 산출될 수가 없다.” (제 1정리 6)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자기원인은 말 그대로 다른 것을 원인 삼지 않고 스스로의 원인이 된다는 말이다. 이는 다른 실체들로부터 산출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실체가 다른 실체들로부터 산출되지 않는다면 그 실체는 자기원인인 셈이다. 다른 것들에 의해 산출되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원인삼아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에 대해 스피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실체는 그 밖의 어떤 것으로부터 산출될 수가 없다그러므로 그것은 자기원인이다.” (제 1정리 7, 증명)     


 눈치 챘겠지만, 앞의 두 퀴즈의 답은 ‘신’이다. 자기원인도 신이고, 실체도 신이다. 결국 ‘신=자기원인=실체’다. 다른 것을 원인으로 삼지 않고 자기를 원인삼아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신’뿐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것의 개념을 필요로 하지 않고 그 자체로 개념을 형성할 수 있는 것도 ‘신’ 뿐이다. 나머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기원인’이 아니고 ‘실체’도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상은 존재하기 위해 외부원인을 가져야 하고, 그 개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개념을 필요로 하니까.     



“모든 실체는 필연적으로 무한하다.” (제 1부, 정리 8)     


 이제 ‘신=실체=자기원인=무한’이라는 도식이 완성된다. 신은 실체이고, 자기원인이며, 그것은 필연적으로 무한한 것이다. 실체와 자기원인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이기는 했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당대의 신에 대한 인식(전지전능한 절대자)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스피노자도 결국 신은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여기까지는 ‘신’을 믿는 사람 역시 큰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계속 신을 이야기하느라,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거부감이 생길 지경이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당대 사람들에게 신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가혹한 비난과 고초를 면치 못했다. 급기야 칼에 맞고, 자신이 나고 자란 유대교 공동체로부터 파문당하는 지경에 까지 이른다. 당대에 ‘스피노자주의자’라는 말은 욕설에 가까운 낙인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스피노자가 받았던 비난과 고초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된다. 대체 스피노자는 왜 그리 가혹한 비난과 고초를 당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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