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칼럼] '아버지'라는 신

신의 다양성

밥 먹으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식탁 의자에 앉으려 했다. 그 순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밥 먹고 여기 싹 치워라.” 힘든 일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정리정돈에 관하여 아버지에게 받은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였을까? “아버지 머리 속엔 청소만 있나봐요?”라고 나도 모르게 비꼬듯이 말해버렸다. 그 순간 아버지의 얼굴은 상기되며 집이 울릴 정도로 소리를 지르셨다. “그럼 하지 말어!” 그러고도 한 동안 더 씩씩 거리셨다.


나는 반쯤 얼어붙은 채로 아무 말 없이 같이 식사를 했다. 주인에게 많이 맞은 개는 단박에 알 수 있다. 주인이 나타났을 때 겁에 질린 눈으로 몸을 낮추고 주인의 눈치를 본다. 내가 그 개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화를 낼 때면 이런 개와 같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분노라는 감정이 동시에 들기는 했지만, 그 분노가 아버지를 향해 표출된 적은 없었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나에게 아버지는 신과 같았은 존재였다. 늘 머릿속에서 나의 행동들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또 어쩌다 아버지의 교리(삶의 준칙)에 부합되지 않은 행동을 저질렀을 때면 혼나기 전부터 벌벌 떨었다. 그리고 그 무거운 죄에 대해 처벌 받았다. 아버지가 처벌하든, 스스로 처벌하든.


나의 아버지에게도 종교가 있다. 정리정돈. 아버지가 매일 정리정돈을 하실 때면 그 모습은 마치 신에게 예배를 드리는 모습 같았다. 정리정돈을 안하시면 불안해하셨고,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리정돈하시고 나면 구원 받은 자의 평안한 표정을 짓곤 하셨다. 물론 전도활동도 매일 빠짐없이 하시며 누군가가 신을 모욕했을 땐 위에 식탁에서 있었던 사건처럼 분노하신다.


신을 믿는 자에게는 신을 부정하는 어떠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다. 더욱이 절망적인 그래서 서글픈 것은 신은 되물림된다는 것이다. 모태신앙은 교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필진소개

이종혁 (MC 들뢰즈)
- 철학흥신소 소속 작가. (라고 본인은 한테 설득 중)
- 우울증 핑계대고 퇴사해서, 놀고 먹고 있음
- 놀고 먹다 지쳐, 랩을 만들고 주짓수를 하고 있음.

- 창의적인 인간임(창의성은 놀 때 발현된다는 것을 삶으로 입증 중)
- 아직은 방황하고 있지만, 계속 그럴 같음. (다행히 아버지가 돈이 좀 있음)
- 철학을 삶으로 받아들인다고 쌩똥을 싸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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