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칼럼]우연과 기적, 그 어디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이타적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 아니다. 그건 공동체적 사랑을 실현하는 이타적인 일의 시작이다. s. spinoza

지난 토요일, 나는 가수가 되기 위한 걸음마 단계로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프로그램에 대해 책으로 공부중이었다. (DAW는 노래를 녹음하고, 수정하고, 작곡하는 등의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헌데, 책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부분 때문에 진도가 도통 나가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 끙끙대다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다. 관련 분야 여기저기서 답글과 함께 도움의 손길이 오긴 했지만 문제가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유튜브 채널 <방구석 리뷰룸> 운영자의 도움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도움을 받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이에게 아무런 대가도 없이 오랜 시간을 들여 도움을 줄 만큼, 그 사람은 원래 친절한 사람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돕는 게 그 사람에게 큰 기쁨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이런 작은 미담이 그 사람을 성공으로 좀 더 이끌어 줄 거라는 계산 때문에 도왔을까? 에이, 설마 그런 것까지 다 따져가며 도와줬을까.

h_32fUd018svc1m3h8jb46zsim_q12prl.jpg DAW화면. 음악을 녹음,편집,작곡할 수 있다. 어렵다...


그렇다면, 이것은 나의 열정에 하늘이 응답한 기적인가. 내가 혹평 한, 이지성 작가가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에서 얘기한 ‘생생히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R=VD’ 공식이 내게 적용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님… 그냥 우연? 내가 너무 별것도 아닌 도움을 크게 부풀려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다. 내가 이토록 이 도움에 감사함을 느끼는 이유가 있다. 음악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고, 간절히 원한 일을 하던 중 발생한 문제에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원하지 않던 일을 하다가 받은 도움은 그다지 고맙게 느껴지지 않았다.(아예 고맙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을 깊게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다가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또 기쁠까.


내린 결론은, 좋아하는 노래 부르는 일을 계속하면서 끊임없이 도움을 받게 될 것이고, 나 또한 누군가를 도와주게 될 것이라는 거다. 원해서 하는 일에는 기쁨이 있으므로, 도움을 주는 사람도 도움을 받는 사람도 그 행복한 감정이 공유된다. 이 행복은 그 일을 계속하게끔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내게 기적처럼 여겨질 것이다. 간절히 원하는 길을 가고 있는 사람에게, 삶의 매 순간은 평범하지 않다. 그래서 그 결과뿐 아니라 과정마저도 행복인 셈이다.

삶을 살다 보면, 가끔 기적과 같은 순간들을 만난다. 그 기적은 우연히 찾아오는가, 아니면 만들어 가는 것인가? 정답은 모르지만, 나는 후자에 더 동의가 된다. 직장생활을 하며 내가 감정적 힘겨움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그런 기적을 맛보기 어려운 갈증 때문은 아닐는지. 직장생활은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대부분이라서 기적이 다가와도 퉁명스러워지므로. 오히려 별 탈 없는 하루만 꿈꾸는, 소극적 삶이 되어버리기 쉽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기적과 같은 순간이 삶에서 더 많아지기를 꿈꾼다. 그래서 더더욱 되고 싶다. 가수가.




김종훈
- 철학흥신소 소속 작가.(인 이유는 브런치 작가 신청 2번 낙방해서임.)
- 순종적인 직장인이었음. (철학흥신소 오기 전까지)

- 요즘 직장에서 막나가고 있음(요단강 건넜음.)
- 흥신소 생체실험 대상. (소심한 인간이 탈脫소심해질 수 있는지 실험 중)

- 노래하고 글쓰는 것을 좋아함. (자기말로 노래 잘 한다고 함. 들어 본 적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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