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종훈 씨가 정말 청소를 좋아하는 게 맞아요?”
황진규 작가님과 함께한 <행복한 밥벌이를 찾아 떠나는 글쓰기> 과정 중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을 썼을 때 내게 던져진 질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최대한 많이 적어야 했기 때문에, 조금만 좋아한다 싶으면 다 적었다. 노래 부르기, 기타 연주하기, 뭔가를 만들기, 영화보기 등등. 그러다 한 가지에 물음표가 던져졌다. ‘청.소’
청소를 자주 한다. 서장훈급 결벽증은 아니지만, 기관지가 먼지에 약하기도 하고, 지저분한 것보다 깔끔한 것을 선호하는 성향 때문이다. 그리고 깨끗해진 방을 보며 느끼는 일종의 쾌감 같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내가 정말 청소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님이 되물었다. “그래, 청소 좋아서 하는 사람 있을 수 있지. 근데 정말 종훈 씨가 청소를 좋아해요?” “….그런거 같은데요.” 자신 없는 답변은 그의 주장에 한층 힘을 실어주었다.
“그럼 청소 누가 매일 대신해준다고 하면, 그래도 청소할 거예요?”
헐. 이건 생각 못해봤다. 난 안 한다. 100 퍼. 솔직히 청소하기 귀찮고, 힘들다. 걸레질하면 무릎도 아프다. 싫어하는 이유가 좋아하는 이유보다 더 크다. 누가 대신해준다면? 땡큐지! “안 할 것 같아요.” “그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좋아하는 건 내가 직접 해야 좋지.” 명쾌했다. 사실 나의 청소에 대한 감정은 내가 깨끗하게 청소하고 살길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에서 혹은 학교에서 학습된 것일 가능성이 컸다.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청소를 깨끗이 하길 원하셨고, 학교에서도 청소를 깨끗이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타인들의 욕망, 타인들의 기대는 그렇게 어느샌가 나의 욕망으로 둔갑해 있었다.
또 하나, 좋아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명확한 잣대가 있다. 바로 ‘돈’이다. 회사 일에서 가끔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입사 초기에는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 이 일도 하다 보면 재밌을 거야. 더 좋아질 거야.’ 그런데 알았다. 나는 결코 회사 일을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을. 돈을 주지 않아도 이 일을 계속할지 자문했을 때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답할 수 있다. "미쳤다고 돈도 안주는데 일을 해?"
회사 일이란 심플하게 말하면 돈을 받고 남의 일을 해주는 것이다. 내 일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너가 원하는 기준 안에서의 자잘한 결정들 뿐. 내가 좋아하는 일은 대가가 없어도 한다. 그 대가가 돈이 되었든, 사람들의 인정이 되었든.
이 두 가지 리트머스 시험지를 가지고 볼 때, 나는 노래 부르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게 분명하다. 가능하면 이 일로 돈을 벌고 싶지만, 그렇지 않아도 나는 이 일들을 계속할 것이다. 이유는 심플하다. 즐거우니까, 재밌으니까! 여러분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일로 행복한 밥벌이를 꿈꾸게 되길 바란다. 신해철의 노래가 귀가에 맴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그래서 나는 오늘도, 노래를 부른다. 이건 내가 부른 노래다. 악플은 사양한다.
Ps. 종교인들(특히 기독교인들) 중에 종교적 의무 혹은 소명을 자기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착각하지 말자. 그것 역시 본인의 욕망이 아닌 타인의 욕망의 변형된 형태일 뿐이니. 차라리 솔직해지자. 그 일을 할 때 재미는 모르지만, 그래도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든다고. 그리고 그 일 가운데에서 기쁨을 느낄 때도 있다고.
김종훈
- 철학흥신소 소속 작가.(인 이유는 브런치 작가 신청 2번 낙방해서임.)
- 순종적인 직장인이었음. (철학흥신소 오기 전까지)
- 요즘 직장에서 막나가고 있음(요단강 건넜음.)
- 흥신소 생체실험 대상. (소심한 인간이 탈脫소심해질 수 있는지 실험 중)
- 노래하고 글쓰는 것을 좋아함. (자기말로 노래 잘 한다고 함. 들어 본 적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