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혐과 여혐은 같은 혐오일까?
요즘 혐오 문제가 심각하다. 뉴스기사를 클릭하면 그 아래 남자는 여자를 혐오하는, 여자는 남자를 혐오하는 댓글이 줄줄 달린다. 요즘 대한민국을 보면 남자/여자, 노인/청년, 한국인/외국인으로 편을 갈라 서로 상대편을 헐뜯고 공격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혐오가 다 같은 혐오일까?
최근 여성들의 남성혐오가 심화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굳이 워마드, 메갈까지 갈 필요도 없다. 그런 극단적인 커뮤니티 회원이 아니라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아빠의 사진을 태우거나, 남성이라는 이유로 문재인을 보고 '재기('자살'을 뜻하는 말)했으면 좋겠다고 댓글을 다는 여성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들의 관점은 협소하고 어이없기까지 하다. 어떻게 사람을 '남자'라는 이유로 혐오할 수 있을까?
하지만 조금만 더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녀들을 이해할수 있을 것 같다. 아마 그녀들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거나 홀대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을 것이고, 살면서 크고 작은 성추행(심하게는 성폭행)을 당해봤을 것이며, 아직도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에 치를 떤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어머니 시대에는 더 심했을 테다. 하지만 그 시대에는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고는 도무지 혼자 생존할 수 없는 사회였기에, 우리 어머니들은 아파도 아닌 척, 힘들어도 못본척 하고 그냥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여자도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왔고, 드디어 여자들은 마음속에 담아둔 상처와 부조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얼마나 속이 시원하겠나. 여성들이 보기에 내 상처를 진심으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여성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여성들끼리 모여 자기가 남자들에게 당한 이야기들을 꺼내면 꺼낼 수록, 그녀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이 자리잡기 쉬웠을 것 같다.
"이놈의 남자들이 문제다!" 원래 사람은 적이 명확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다. 여자들은 선이고 그 밖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악이라도 구분지어버리면, 동지(여성)와 함께하고 적(남성)을 배척하면 평온이 찾아올 것이라는 헛된 희망이 생긴다. 그래서 그녀들은 기독교에서 약속의 땅을 이야기 하듯, 여자들만 사는 땅 '메갈리아'를 꿈꾼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런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만연한 남혐은 이런 매커니즘으로 생긴 것이다. 처음으로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받은 피해를 사회적으로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균형감각을 잡지 못해 생긴 일. 그렇다면 남성들의 여혐은 어떠한가? 남성들도 여성들에게 피해를 받아서 여혐이 생겼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남성들은 여성들로부터 '남성'이라는 이유로 큰 피해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들이 그렇게 핏대를 세운 군대도 여자가 만든게 아니다. 군대를 문제 삼으려면 군대를 만든 사람들에게 분노해야지 군대를 가지 않는 여성에게 분노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건 여성들이 착해서가 아니라 이때까지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피해를 줄 만큼의 힘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다. 고작해야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 겪은 트라우마라고는, 학창시절에 여자한테 차이거나, 여자친구가 양다리를 걸치거나, 자기보다 나은 남자한테 시집을 갔다는 이야기 정도다.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피해를 받아서 그걸 복수하고자 여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의 피해의식은 다른 남자로부터 생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회사에서 실컷 깨지고 집에 와서 어머니를 패는 아버지는 정말 어머니가 잘못해서 패는 걸까? 아니다. 회사상사를 팰 수 없으니 약한 어머니를 패는 거다. 일베들은 정말 여자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렇게 여자를 혐오하는 걸까? 아니다. 일베들의 트라우마는 사회구조 때문에 생겼고, 그런 사회구조를 만든 건 그들이 그렇게 빨아주는 기존 기득권층이다.
하지만 '일베'들은 자기에게 진짜 피해를 준 강자에게 대들기보다,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되는 여성을 괴롭히는 방법으로서 자기의 존재를 유지하려고 한다. '내가 아무리 버러지 같은 인생을 살지라도, 내 밑에는 여자들이 있어. 언제라도 내가 힘으로 제압할 수 있고, 언제라도 강간해서 내 씨를 받을 수 있는 여자들이.' 일베들은 그래서 끊임없이 여성들을 성적으로 희롱한다. 몰카를 찍고, 술취한 여성을 강간하는 퀘스트를 모집하고, 여성연예인들을 성적으로 모욕하며,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여성들을 테러한다.
'일베' 혹은 '일베'적인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은 존재의 위협이다. 이 얼마나 찌질한 새끼들인가. 나는 혐오에 반대한다. 내가 박애주의자여서가 아니라, 혐오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혐과 여혐을 같은 레벨로 놓고 보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한다. 하나는 피해를 준 대상에 대한 눈먼 복수심이고, 하나는 피해를 준 대상에게 복수하지 못해 약자를 괴롭히는 비겁한 분풀이다. 어떤 걸 더 이해해줘야 할까?
P.S 글에 이의가 있어서, 현피를 신청하고 싶은 '일베' 혹은 '일베'적인 분들은 홍대에서 '신도림 스피노자'를 찾아주세요. -철학흥신소장 백.
- 철학흥신소 소속 작가(인 이유는 우울증
치료차, 철학흥신소 왔다 낚였음.)
- 졸라 좋은 대학 나왔음. (지금 생각하는 거기보다 더 좋은 데임. 외국 대학임. 영어는 생각보다 못함.)
- 종교 : 자본주의교. (개종 거의 다왔음. 오, 주여!)
- 당근 졸라, 금수저임.
- 금수저라는 말 듣기 싫어,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했음 (당근, 졸라 망함)
- 졸라 망하고, 졸라 우울증 왔음
- 지금 철들고 있는 중 (자기가 졸라 대단한 사람인줄 았았는데, 졸라 망하고 정신차리고 있음)
- 요즘 글쓰는데 재미 붙여서 졸라 쓰고 있음.
- 철학흥신소 생체실험 대상 (한 사람이 얼마나 단기간에 변할수 있는지 증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