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종혁칼럼] 변태

정상이 된다는 것은 포경수술과 같다.

최근 며칠 주변 사람들과 성적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것도 어떠한 필터링도 없이. 놀라웠다. 듣도 보도 못했던, 그래서 상상조차 못했던 이야기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각자가 각자만의 취향대로 정말이지 대단했다. 공통점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면 모두의 눈에선 빛이 났고, 입 꼬리는 귓가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우리의 시간은 기존과는 다르게 흘렀다. 인간은 금지된 것을 욕망하기 때문일까? 그래서 음담패설에는 쾌락이 동반하는 것일까? 물론 이러한 이유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 내 느낌은 달랐다.


냄새가 났다. 비정상의 냄새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난 비정상이 좋아졌다. 과거 정상이라는 틀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게 너무나 힘들었을 때, 그래서 더 이상 못하게 되었을 때, 그 때부터 좋아진 것 같다. 그래선지 내가 좋아하는 노래 그리고 드라마에서 흘러나왔던 그 말이 무척이나 공감되었던 것 같다. "정상이길 강요하는 미친 세상에 우린 미쳐야만 정상이 돼."


luggage-933487_1280.jpg


나와 성적 취향을 이야기 하던 그들도 그랬다. 나와 비슷해 보였다. 삶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짜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서로가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변태들은 기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화의 마지막에 우리는 모두 어떠한 세상을 꿈꾸며 기뻐했다. 지금처럼 이렇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삶을, 또 이런 모습을 서로가 받아 들여 주는 삶을. 그리고 의문을 던지며 분노하기도 했다. 대체 정상이라는 것이 뭐기에 우리를 움츠리게 하는 것일까? 대체 왜 내게 맞지 않는 껍데기에 나를 맞춰야 할까? 대체 어떤 새끼가 변태라는 말을 만든 것일까?

미친 정상이 싫다. 일정 틀에 나를 가두고 성장을 멈추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상이라는 껍데기를 깨부수는 변태라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변태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그것도 성적 취향을 넘어선 삶 자체에서 말이다. 정상이 된다는 것은 포경수술과 같다. 좆까야된다.





이종혁
- 철학흥신소 수석 요원.
- 우울증 핑계대고 퇴사해서, 놀고 먹고 있음
- 놀고 먹다 지쳐, 랩을 만들고 주짓수하고, 스쿠버다이빙, 글쓰고, 철학 공부 하고 있음.

- 창의적인 인간임(창의성은 놀 때 발현된다는 것을 삶으로 입증 중)
- 방황하다가 이제 뭐 좀 할 것 같음. (다행히 아버지가 돈이 좀 있음)
- 철학을 삶으로 받아들인다고 쌩똥을 싸고 있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김혜원 칼럼]호두 엄마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