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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Gräns, Border, 2018)

“우리는 어느 테두리에 서있는가?”

경계선(Gräns, Border, 2018) 알리 아바시

*알리 아바시는 이란 태생으로 스페인에서 자랐고, 현재는 스웨덴 국적이다. 





“우리는 어느 테두리에 서있는가?” 

    

이 영화는 테두리에 대한 영화다. 국적, 젠더, 장애인-비장애인, 미美-추醜, 문명-자연, 인간성-야만성. 그 모든 테두리에서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를 묻는다. 우리가 서 있는 테두리 밖은 불편하고 불쾌하다. 우리 국적 테두리 밖의 존재(난민자)들, 우리 젠더 밖의 존재들(성소수자), 우리 아름다움 밖의 존재(장애인)들, 우리 문명 밖의 존재(원주민)들, 우리 인간성 밖의 존재들은 모두 불편하고 불쾌하다. 그것들은 불편하고 불쾌하기에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것이거나 제거해야 할 것이다. 훈육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이 최고의 호혜적 관점이다.


 아바시는 우리의 감성을 문제 삼는다. 우리의 테두리 밖에 있는 존재들을 불필요한, 잘못된, 제거해야 할 것으로 판단내리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결과론일 뿐이다. 테두리 밖의 존재들을 불필요한 잘못된 제거해야 할 존재로 판단 내릴 이성적 논리적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소외되는 것은 감성의 문제다. 불편하고 불쾌함을 주는 감성. 생각해보라. 이토록 추하고 역겨운 존재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이 영화는 삶의 진실의 감성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삶의 진실에서 왜 추함과 역겨움을 느끼는가? ‘티나’와 ‘보레’가 사실은 진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 아니던가. 적당히 배가 나오고, 여기저기에 털이 있고, 체취가 풍기는 모습. 우리는 이런 모습들이 추하고 역겨워 보인다. 티비에 나오는 (현실에 없는) 연예인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잘록한 허리, 근육질의 몸매, 털이 없는 매끈한 피부, 향수 냄새가 나는 모습.

 

 삶의 진실에서 추함과 역겨움을 느낀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때 우리는 우리 자신이 싫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로 삶의 진실 자체이니까. 같은 관점에서 아바시의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에 매혹되었다. 우리는 자연마저 포르노화한다. 『경계선』에 등장하는 자연으로 보라. 여타 다른 영화에서 다루는 자연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있다. 『경계선』의 자연의 아름다움은 기묘하다. 약간 거칠고 음습하기도 하고 조금은 청결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 마치 티나와 보레를 볼 때 느끼는 감성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또 하나의 경계선을 숨겨 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포르노로서의 자연과 진정한 자연의 경계선. 인간은 작은 자연 아닌가? 그러니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 경계선은 도발적인 영화다. 우리의 감성 구조(아비투스)를 전복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테두리를 횡단하는 삶을 멈추고 싶지 않다. 훈육된 감성을 넘어, ‘나’의 감성, ‘자연’의 감성, ‘삶의 진실’을 감성을 회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언젠가 벌레를 먹는 ‘티나’가 아름답게 느껴지기를. 언젠가 ‘티나’의 체취가 향기로 느껴지기를. 언젠가 ‘티나’의 몸에 입 맞출 수 있기를. 그렇게 더 많은 ‘티나’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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