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심타파

우유부단함의 괴로움

“회사 그만둘까 봐요.”

“왜? 일이 잘 안 맞아?”

“일도 그렇고, 팀 사람들하고 잘 안 맞는 것 같아서요”

“일단 팀을 옮겨봐. 팀장한테 이야기 해봐.”

“네. 그래야겠어요.”


어느 직장인이 고민을 이야기했다. 내용인즉슨, 일도 적성에 안 맞고, 팀 사람들하고도 불편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것이었다. 직장을 그만두지 말고 일단 팀을 옮겨보라고 말했다. 뭐가 됐든 일단 밥벌이는 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친구는 괴로워하면서도 팀장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몇 년을 같은 팀에서 머물렀다. 그 친구는 왜 그랬을까? 직장을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팀을 옮기는 것인데, 왜 그 말조차 팀장에게 꺼내지 못한 것일까?


우유부단함이다. 우유부단함이 무엇인가? 어떤 사안이든 명확하고 단호하게 선택하고 결정내리지 못해서 상황에 끌려 다니게 되는 태도다. 이는 비단 그 친구만의 문제일까? 우유부단한 이들은 흔하다. 여기서 우리는 ‘소심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하나의 답을 할 수 있다. 우유부단함은 소심함이다. 소심함의 특징 중 하나는 단연 우유부단함이다. 소심한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우유부단하다. 언제나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상황에 끌려 다니는 우유부단함이야말로 소심한 사람들의 가장 큰 병폐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유부단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아니다. 우유부단함은 나쁘다. 우유부단함은 필연적으로 한 사람을 불행한 삶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우유부단한 직장인 ‘혜선’이 있다. 그녀는 종종 직장생활이 지옥 같다고 말했다. 왜 안 그랬을까? 상사와 동료들은 그에게 이 일 저 일을 함부로 시켰고, 퇴근 후 크고 작은 회식에도 빠지지 말라고 강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직장생활에 그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녀에게 왜 지옥 같은 직장생활이 펼쳐졌을까? 악마 같은 상사와 동료들 때문일까? 그렇다. 그들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혜선’의 우유부단함도 중요한 원인이다. 어느 직장이건 간에 ‘또라이’들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다닐만한 직장을 다니고 어떤 이는 지옥 같은 직장을 다닌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이 차이는 우유부단함의 정도 차이다. 즉, 덜 우유부단한 이는 덜 고통스런 직장생활을 하게 되고, 더 우유부단한 이는 더 고통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직장은 아름다운 공동체가 아니다.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정글에 가깝다. 약한 혹은 약해보이는 이들에게 더 많은 폭력이 가해지는 공간이다. 그러니 직장에서 우유부단한 이들에게 더 많은 부조리와 불합리가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유부단한 이들만큼 약한 혹은 약해보이는 존재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 일은 과장님이 해야 할 일 아닌가요?”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회식 못가요.” ‘혜선’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단호하고 명확하게 따져 물었다면 어땠을까?


그 정도 강단 있는 주장이 아니더라도,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만 있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모든 부조리와 불합리가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분명 상황은 많이 달렸을 테다. ‘혜선’이 직장에서 겪어야만 했던 고충 중 상당 부분들은 해결되거나 완화될 수 있다. 당연하지 않은가. 대체로 직장은 자기 할 말 못하는 소심한 사람들을 더 못살게 구는 정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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