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뿐만 아니라 드물다.

“내가 제시한 길은 매우 험준하고 어려워 보일지라도, 발견될 수는 있다. 또한 이처럼 발견되는 것은 물론 고된 일임이 분명하다. 만일 행복이 눈앞에 있다면, 그리고 큰 노력 없이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서 등한시되는 일이 도대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뿐만 아니라 드물다.Sed omnia praeclara tam difficilia, quam rara sunt." 『에티카』 스피노자


"지혜롭고 싶지 않다".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지혜로워지는 길 위에 올라섰던 이들이 한 번 즈음 가졌던 마음이죠. 그만큼이나 지혜로워지는 길은 정말 험준하고 어렵죠.


'내' 안에 '너'를 보고, '너' 안에 '나'를 보고, 다시 그 '나=너' 속에서 자연을 보는 일. 그렇게 '나'와 '너'와 '우리'와 '모든 존재'를 사랑하려 애쓰는 일.


이것이 어느 철학자가 저와 당신에게 제시해주었던 지혜로가는 길이었죠. 이 길은 너무 험준하고 어려워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길이죠. 하지만 그 길은 반드시 발견될 수 있어요.


저는 그 길을 발견했고, 그 길 위에 있어요. 그래서 정말 잘 알아요. 그 길을 발견하는 일도, 그 길을 걷는 일도 모두 얼마나 아프고 고된 일인지 말이에요.


그 길 위에서 저는 긴 시간 혼자였어요. 홀로 힘들고 지쳤을 때, 기도하는 심정으로 <에티카>의 제일 마지막 장을 펼쳤어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에티카의 제일 마지막 장에 누군가 함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인간에게 인간이 가장 유익하다는 스피노자의 당부가, 더 큰 슬픔으로 다가왔으니까요.


저는 꿈을 이뤘어요. <에티카>의 마지막 장을 아파하며 또 미소지으며 당신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 고귀한 꿈을 이룬 지금 스피노자의 마지막 당부가 다시 마음에 담깁니다.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뿐만 아니라 드물다.Sed omnia praeclara tam difficilia, quam rara sunt.


스피노자가 제 마음에 살아 있는 한, 앞으로 더 힘든 길이 펼쳐지더라도, 세상이 멈추더라도, 저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작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함께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모든 고귀한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 큰 '기쁨'이었습니다.


-우리 만난지 56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혜로워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