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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오토바이'

짧게 끝날 줄 알았던 집필이 꽤 긴 시간이 걸렸다. 끝맺는 글을 마저 쓰고 한 숨을 돌리며 새삼 알게 되었다. “나 참 좋은 업을 찾았구나”


 언제 마음 편한 날이 있었냐만은, 한동안 이래저래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괴로운 마음을 잊으려 몸을 혹사하듯 운동해서 몸 이곳저곳이 고장 났다. 새벽에 집필실로 오는 길은, 죽지 않기 위해 나서는 길이 되었다. 그러다 한 친구에게 작은 오토바이를 선물 받았다. 사실 별생각 없었다. ‘이제 조금 편하게 집필실로 갈 수 있겠구나’ 정도의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다음 날 새벽, 오토바이를 타고 집필실로 오는데, 행복했다. 적당한 엔진 진동, 변속의 탄력, 스로틀을 감았을 때 달려나가는 느낌,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느낌.      


 “그래, 이거면 됐다. 뭐 더 바라겠어.” 아무 것도 변한 건 없었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고민과 여기저기 다칠 때까지 치고받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 번민, 무릎이 아플 때까지 뛰지 않으면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부끄러움. 그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하지만 새벽에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 집필실로 오면서 그냥 좋았다. 뭘 더 바랄까, 싶었다. 그래, 지금 여기에 있으면 그것으로 되었다. 당분간은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 나의 작은 오토바이가 나를 지금, 여기에 있게 해주니까.     


 오토바이를 타고 매일 글을 썼다. 글을 쓸 때 적당한 마음의 진동, 글을 써나갈 때 리듬의 탄력, 한달음에 글을 써가는 느낌, 긴 글이 내 마음을 스치는 느낌. 이제 알겠다. 오토바이를 타고 글을 썼던 것이 아니구나. 오토바이로 썼던 것이며, 글을 탄 것이었구나. 글을 쓸 때 나는 달려나가고 있었던 것이구나. 글은 나에게 ‘오토바이’였구나. 앞으로도 '오토바이'를 타며 살고 싶다. 나의 ‘작은 오토바이’가 나를, 지금, 여기에 있게 해주니까. 그 '오토바이'가 나를 달려나가게 해주니까. 


 긴 질주가 끝났지만, 나의 작은 '오토바이'와 함께 다시 또 쉬지 않고 달려가고 싶다.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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