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시간의 진실

시간은 어떻게 흐를까요? '‧‧‧⤍과거→현재→미래→‧‧' 이렇게 단순하게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죠. 시간의 진실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죠. 도식화하자면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어요.                                                                                  


 ‘과거→현재→미래’로 흘러가는 하나의 시간의 흐름이 있죠. 이를 ‘인과적 흐름’이라고 합시다. 시간은 분명 인과(선형‧연속)적으로 흐르죠. ‘어제’ 공부를 했기에 ‘오늘’ 시험을 잘 보았고 ‘내일’ 좋은 성적을 받게 되는 시간의 흐름이죠. 그런데 이 흐름이 유일한 시간의 흐름은 아니에요. ‘인과(선형‧연속)적 흐름’ 이외에 흐름이 있어요. 이것을 ‘분출적 흐름’이라고 합시다.


 이 ‘분출(비선형‧양방향)적 흐름’은 현재가 분출하여 과거와 미래라는 양방향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이죠.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인과적 흐름’의 역방향의 흐름이죠. 즉 ‘현재→과거’의 흐름이죠. ‘분출적 흐름’에서 ‘현재→미래’의 흐름은 ‘인과적 흐름’과 겹쳐지니까요. 이 분출적 흐름, 즉 현재가 과거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는 일일까요? 그렇지 않아요. 이는 우리네 삶에서 늘 일어나고 있는 일이죠.      


  ‘오늘’(10월 5일)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고 가정 해봐요. ‘내일’(10월 6일)이 되면 그 ‘오늘’(10월 5일)은 ‘어제’가 되겠죠. 그 ‘어제’(조금 더 지적인 나)는 분명 ‘오늘’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결과죠. 이렇게 시간은 늘 흐르기에 ‘현재’는 항상 ‘과거’에 영향을 미치게 되죠. 하지만 이 ‘분출적 흐름’에는 숨겨진 시간의 진실이 하나 더 있어요. 현재는 과거 뿐만 아니라 대과거 마저 바꿀 수 있다는 진실이에요. 오늘(10월 5일) 최선을 다해 공부해서 ‘내일’(10월 6일)이 되면 ‘어제’(10월 5일)는 분명 달라지죠. 하지만 그 ‘오늘’(10월 5일)이 ‘대과거’(10월 4일)를 바꿀 수 있을까요? 쉽게 말해, ‘오늘’ 내가 노력한다고 10년 전의 과거마저 바꿀 수 있을까요? 타임머신이 없다면 불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아요.


‘오늘’ 내가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내일이 되어 맞이하게 될) ‘어제’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오늘(현재)의 삶이 10년 전의 과거, 즉 대과거 역시 바꿀 수 있어요. 모든 과거는 기록이 아니라 기억이며 기억은 언제나 해석이기 때문이죠. 오늘 내가 행복하다면 10년 전의 불행도 웃으면 말할 수 있는 기억이 되고, 오늘 내가 불행하다면 10년 전의 행복도 저주처럼 기억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시간의 ‘분출적 흐름’ 안에서 ‘현재’는 ‘과거’뿐만 아니라 ‘대과거’ 역시 모두 바꾸어 낼 수 있어요.


 ‘분출적 흐름’은 세 가지 마음 상태를 촉발하게 됩니다. ‘재 기억’과 ‘재 지각’, 그리고 ‘재 기억에 따른 재 지각’ '재 기억'은 무엇일까요? ‘현재’가 ‘대과거’를 바꾸는 상태이죠.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당했던 ‘대과거’가 있다고 해도, 지금 그 아이가 씩씩한 어른이 되었다면, 그 ‘대과거’는 끔찍한 학대가 아니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작은 에피소드로 ‘재 기억’되죠.  ‘재 지각’은 무엇일까요? ‘미래’가 ‘현재’를 바꾸게 되는 상태죠. 몸짱의 미래를 강렬하게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죠. ‘늘 쉽게 포기하는 나’로 스스로를 지각하는 상태에서 ‘힘들고 지쳐도 참고 운동할 수 있는 나’로 스스로 ‘재 지각’하게 될 겁니다.      


  ‘재 지각에 따른 재 기억’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미래’가 ‘과거’를 바꾸게 되는 상태죠. (현재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며) 근사한 가수의 미래를 기대하는 이가 있다고 해보죠.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는 것이 없다고 구박만 받았던 과거를 갖고 있었죠. 이 과거는 미래를 통해 바뀌게 됩니다. 그가 간절히 기대하는 미래로 인해 현재는 ‘재 지각’될 것이고, 이는 곧 과거를 ‘재 기억’하게 만 들 테니까요. “그 사람들은 나의 가능성을 몰랐던 거구나!”

         

 이제 시간의 진실에 대해서 말해봅시다. 시간은 정말 어떻게 흐를까요? ‘인과적 흐름’과 ‘분출적 흐름’ 사이에서 발생하는 ‘음악적 흐름’이에요. ‘인과’는 시간의 흐름의 한 단면일 뿐이에요. 시간은 ‘분출’되고, ‘재 기억’되고, ‘재 지각’되고, ‘재 지각에 의해서 재 기억’되기 하죠. 그래서 시간은 음악적 흐름인 거예요. ‘인과’, ‘분출’, ‘재 기억’, ‘재 지각’, ‘재 지각에 따른 재 기억’이 서로 뒤엉켜 울리는 음악이에요. 그렇게 과거-현재-미래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사이에서 공명해서 울려 퍼지는 음악이에요.      


 이것이 우리가 ‘현재’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이유에요. ‘인과’이든, ‘분출’이든, ‘재 기억’이든, ‘재 지각’이든 그 모든 시작점에는 ‘현재’가 있어요. 지금 내가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느냐 따라 ‘인과’도, ‘분출’도, ‘재 기억’도, ‘재 기각’도 모두 달라질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음악은 어제도 내일도 들을 수 없어요.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가는 오직 ‘지금’만 들을 수 있어요.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바로 ‘지금’, 뜨겁게 살아요.               

작가의 이전글 나의 작은 '오토바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