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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혹蠱惑

까칠하고 도도하고 또 변덕은 어찌 그리 심하던지. 그녀는 나를 종종 아니 자주 피곤하게 했다. 나는 그런 그녀 곁에서 온 몸이 소진되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쉬이 떠나지 못하고 긴 시간 그녀 곁에서 머물렀다. 왜그랬던 걸까? 



 그녀는 어느 순간에는 성녀 같았으며, 어느 순간에는 창녀 같았다. 그녀는 어느 순간에는 노파 같았으며 어느 순간에는 소녀 같았다. 성과 속俗, 늙음과 젊음이 공존했던 그녀. 그녀 주변의 모든 존재들을 배경으로 만들어버렸던 그녀. 그녀의 방안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선 것 같은 이질감.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영화처럼 느껴지는 마법. 


 

 그녀는 나를 소진시켰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부터 그녀를 만나는 동안, 그리고 그녀를 만나고 돌아가는 오는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소진시켰다. 지쳐서 이제 그만 쉬고 싶을 때조차 그녀는 나를 파고 들었다. 오한이 찾아들어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몸살에도 그녀와 뒹굴었다. 그녀는 쾌, 불쾌 사이를 가로지르며 나를  집어 삼켰다.



  생성의 향기를 따라 죽음의 냄새에 이르게 하는 그녀.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만큼 생성의 향기를 피우는 그녀. 그녀는 까칠하고 도도하고 차가웠던 만큼 아름다웠고 성스러웠고 섹시했다. 그리도 고혹적인 그녀에게 어찌 매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의 고혹적인 자태는 내일 따위는 잊게 만들었다. 그녀는 진짜로 나를 지금, 여기에 있게 해주었다.



 그녀를 떠나보냈던 날을 기억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때로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녀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임을. 괜찮은 척 돌아서며 보였던 작은 눈물은 나의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다. 언젠가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고혹적인 그녀에게 작은 채색하나 덧붙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다시 그녀와 만나고 싶다.       



bonne nuit,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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