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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허명虛明, 허암虛暗

섹스에는 허명虛明과 허암虛暗이 따라 붙는다. 


 인간에게 섹스는 깊이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인간에게 섹스는 긴 시간, 큰 금기의 대상이었던 까닭이다. 섹스에 대해서 고찰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 중 섹스에 허명虛明과 허암虛暗이 따라 붙는 문제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섹스에 '헛된 밝음'이 들러붙은 있는 경우가 있고, 섹스에 헛된 어둠이 들러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섹스=사랑’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대표적인 전자의 경우다. 이는 섹스에 유사 사랑이 들러붙은 경우다. 이들의 문제는 성적 욕구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포장하고,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을 사랑으로 오인하는 것이다. 또 이들은 섹스를 부정당할 때 사랑을 부정하게 되고, 사랑이 부정당할 때 섹스 역시 부정하게 된다. 이런 문제들 이외에도  근원적인 외로움이 찾아올 때 사랑이 아닌 섹스를 욕망하는 착시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섹스에 허명虛明이 들러붙을 때 갖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섹스에 헛된 어둠이 들러붙은 경우다. 이는 ‘섹스=파괴’라고 여기는 경우다. 이는 섹스에 자기 파괴적인 혹은 타인 파괴적인 마음이 들러붙어 있는 경우다. 이들의 문제는 자기 파괴적인 혹은 타인 파괴적인 마음이 성적 욕구로 분출되고, 성적 욕구가 일어 날 때 자기(혹은 타인) 파괴적인 마음이 일어나게 된다. 또한 섹스를 긍정(부정)할 때 파괴적 마음을 긍정(부정)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파괴적 마음을 실현하는 것으로 오인하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섹스에 허암虛暗이 들러붙을 때 갖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섹스는 사랑도 아니고 파괴도 아니다. 섹스는 헛된 밝음도 아니고 헛된 어둠도 아니다. 섹스는 섹스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싶은 것처럼,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될 성적 욕구가 있는 것일 뿐이다. 조금 불편하고 불쾌할 수 있는,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삶의 진실을 대면할 필요가 있다. 그 사실을 직면할 때만 우리는 섹스에 들어붙은 허명과 허암을 모두 도려낼 수 있다. 


 섹스에 들러 붙은 허명과 허암을 모두 도려낼 때에만 섹스를 통해 진정한 기쁨으로 가닿을 수 있다. 허명과 허암이 도려내진 섹스. 있는 그대로의 섹스는 파괴이면서 동시에 사랑(생성)이다. 그때 비로소 섹스를 통해 ‘너’를 죽이면서 ‘나’를 죽일 수 있고, 그때 바로 진정한 사랑이 싹틀 수 있다. 욕구를 욕망화하지 말라! 욕구를 그 자체로 받아들여라! 그렇게 섹스에서 허명과 허암을 도려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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