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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연민과 피해의식 III

자기연민은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가?

자기연민의 폐해 : 능동성, 주체성 제거

 

 피해의식은 자기연민을 촉발하며 동시에 강화한다. 이것이 피해의식이 우리네 삶을 파괴하는 이유다. 자기연민만큼 우리네 삶에 유해한 감정도 없다.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어떻게 우리네 삶을 파괴하는 걸까? 이는 ‘민희’의 삶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기연민에 휩싸인 ‘민희’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쌍하다고 여기는 마음으로 살게 된다. 이는 갖가지 치명적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첫째, 자기연민은 능동성‧주체성을 제거한다. 즉, 자기연민은 삶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드는 감정이다. 자기연민에 빠진 이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크고 작은 삶의 고난 앞에서 자신의 불쌍함에 취해 울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 온 힘을 다 쏟아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갈 힘이 남아 있지 않다. 이것이 자기연민에 빠진 이들이 의존적으로 누군가의 위로와 격려를 기다릴 뿐,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삶을 헤쳐 나가지 못하는 이유다.


자기연민의 폐해 : 관계의 균열


 둘째, 자기연민은 관계를 균열 낸다. 자기연민에 빠진 이들은 타인에게 쉽게 상처를 준다.  ‘민희’는 직장 동료들, 친구들을 함부로 대한다. ‘민희’는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결코 생각하지 못한다. 왜 그런가? 자기연민 때문이다. 자신을 가장 불쌍하다고 여기는 이들은 늘 자신만을 볼 뿐, 주변 사람들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타인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타인을 섬세하게 살필 수 없는 이들은 그럴 의도가 있든 없든 필연적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자기연민에 빠진 이들의 일상적 관계는 그렇게 서서히 무너지게 된다.

     

 더 치명적 문제가 있다. 자기연민은 일상적 관계(동료‧친구)뿐만 아니라 소중한 관계 역시 균열을 내게 된다. ‘민희’는 왜 수술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연인에게 직장 생활의 불평불만과 짜증을 쏟아냈을까? 이는 ‘민희’가 악질적인 나쁜 사람이라서 아니다. 자신이 제일 불쌍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제일 고통스럽다고 여기는 이는 소중한 이들의 고통 역시 볼 수가 없다. 자기연민에 빠진 ‘민희’ 곁에서 ‘재훈’이 조금씩 지쳐갔던 것처럼, 다른 소중한 관계들 역시 그렇게 조금씩 무너져 내려갈 것이다. 자기연민은 소중한 관계 역시 무너지게 만든다.  



자기연민의 폐해 : 낮은 변화가능성

   

 셋째, 자기연민에 빠진 사람은 변화가능성이 작다. 이것이 자기연민의 가장 심각한 해악이다. 자기연민에 빠진 이들은 갖가지 불행을 겪게 되지만 그 상태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작다. 왜 그런가? 자기연민에 빠진 이들은 자기성찰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연민에 빠진 이들은 불행의 늪에 빠져 들어가지만, 그것에 대해 아프게 성찰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이 ‘민희’ 곁을 떠나갈 때 민희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성찰할 수 있을까? ‘민희’의 자기연민에 지쳐서 ‘재훈’이 떠나갈 때 자신의 문제에 대해 성찰할 수 있을까?

      

 매우 어려울 테다. 우선, 자신의 문제를 성찰하기보다 다시 자기연민에 휩싸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혼자 남겨진 나는 불쌍하다’는 자기연민에 휩싸여 성찰할 수 없을 테다. 그뿐인가? ‘민희’는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불쌍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잘못들은 너무 쉽게 정당화하게 된다. 자신이 가장 불쌍한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은 이해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아프게 자신의 문제에 대해 성찰하기 어렵다.

      

 비유하자면, 자기연민에 빠진 이들은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심정이다. “나 지금 응급차를 타고 있는데, 신호위반이나 작은 접촉사고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야?” 이것이 자기연민에 빠진 이들의 마음 상태다.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길에 저지른 갖가지 잘못들은 너무 쉽게 정당화되지 않겠는가? 바로 이런 마음 때문에 쉬이 자기성찰을 할 수 없다. 이것이 자기연민에 빠진 이들이 변화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유다.      


 이처럼 자기연민은 갖가지 방식으로 우리네 삶을 슬픔으로 몰아넣는다. 이것이 우리가 피해의식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아야 하는 이유다. 피해의식이 자기연민을 촉발하며 강화하기 때문이다. 자기연민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면, 자신의 피해의식부터 아프게 직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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