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쩌고를 어쩌고 쓰다가
불현듯 잃어버린 걸 눈치챈 표정으로 어느 날 낮에
어쩌고를 쓰지 말자고 했다 나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지나간 단어들을 환기해서 붙였다 그건 쉽지 않았다
환기하지 않으면 감췄다 나는 글을 감추는 데 썼다
시치미를 떼었고 새빨간 말과 글을 즐겨 썼다 그 즈음에
내가 하는 말들의 대부분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녹보수를 적진보라고 부르는 그런 마음으로 우리는
빨갛다는게 나쁘지는 않다고 위로했다 위로했다
잎에 구멍이 없는 몬스테라를 이기적이라고 불렀다
이기적 몬스테라는 잘 살았다 구멍도 없는데 밤도 없이 잘 자랐다
짧은 식사가 끝나면 넌 수챗구멍에 사는 바퀴벌레들에게 밥을 줬다
음험한 밤이 지나면 침침한 아침이 왔다 나는
그런 날들에 깊이 공감했다 공감해서
집에서 먹고 자란 모든 것들에게 안부를 물었다